광복절 특별사면의 후폭풍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강경파들이 사면 논란을 사법부를 향한 공세로 덮으려 들면서다. 조국 전 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수사·재판이 송두리째 잘못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 글에 윤 전 의원을 “사법피해자”로 규정하며 “특별사면권은 이럴 때 행사돼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의 2심 재판을 맡았던 마용주 대법관을 비난했다. 마 대법관은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1심(벌금1500만원)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 형량을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로 대폭 높였다. 추 위원장은 “재판의 사실 왜곡이 심하다. 형식 논리로 기계적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선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도 아닌데, 형량이 과도했다”(한정애 정책위의장)는 말도 나온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에 대한 재심까지 주장한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12일 “검찰권 오남용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면 조사 결과에 따라 재심 권고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증거물 위·변조 등 중대한 흠결이 있거나 확정판결을 뒤집을 만한 핵심적인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을 때에 실시할 수 있다. 정상적 재심이 어려우니 특별법으로 재심의 근거를 만드는 우회로를 찾자는 게 혁신당의 구상이다.
사면은 죄 지은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을 중단하고 용서해주는 행위다. 사법적 결론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재판에 대한 윤리적·법적 재평가까지 시도하겠다는 건 치유가 아닌 더 큰 갈등과 균열의 조장이다. 당장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한 찬성(48%)·반대(47.6%)는 팽팽했다. “‘잘못한 게 없다’는 얘기가 섞이니까 ‘처벌한 게 잘못했다는 거냐’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금태섭 전 의원)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 뒤집기 시도가 전면에 부각되면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법원·검찰개혁’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날 당 사법개혁특위 첫 회의에서 대법관 증원(16명→30명), 대법관 추천방식 변화, 법관평가제 도입 등 안건을 논의했다. 정청래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개혁의 골든 타임이다. 시기를 놓치면 내용도 방향도 잃는다”며 ‘추석 전 처리’라는 속도전의 목표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종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고 민생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법무부 사면안에 공감했다”(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는 대통령의 ‘공식’ 의중과는 어울리지 않는 독주 본능만 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