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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구속…헌정사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수감

중앙일보

2025.08.12 08:28 2025.08.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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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 수감된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샤넬백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떨쳐내는 듯 했지만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의 수사 개시 42일 만에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됐다. 지난 6일 김건희 특검팀 소환조사를 받은 지 6일 만이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김 여사는 곧장 수용실에 수감됐다. 뉴스1


"결혼 전 문제 계속 거론, 속상하다" 최후진술

차준홍 기자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4시간25분간 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심사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변호인들에 소명을 맡긴 채 침묵했다. 특검팀이 파워포인트(PPT) 화면을 띄워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땐 눈을 질끈 감았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야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되고 있어 속상하다. 판사님께서 잘 판단해 주십사 부탁드린다”는 짧은 입장을 남겼다.


이날 심사엔 김 여사 측에서 최지우·채명성·유정화 변호사가,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해 온 한문혁 부장검사를 포함해 총 8명이 참석했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특검팀에 맞서 미리 준비한 80여 페이지 분량의 PPT 자료를 활용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차준홍 기자
특검 꺼낸 히든카드 '자수서'…"김 여사에 직접 목걸이 선물"
김 여사 측의 방어 전략에 균열이 생긴 건 특검팀이 예고 없이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를 꺼내 들면서다. 자수서는 2022년 이 회장이 김 여사 측에 6000만원 상당의 반 클리프 에펠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자수서에는 또 “대선 직후 취임 축하용 선물로 아크로비스타 식당에서 김건희 여사를 만나 직접 목걸이를 건넸다. 첫 만남 땐 조찬기도회 참석을 요청했고, 이후 다시 만나 사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로 청탁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2022년 6월 29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여사가 착용한 목걸이는 '반클리프 앤 아펠' 스노우플레이크(당시 6200만원).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클리프앤아펠 홈페이지 캡처
김 여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전 이를 다시 이 회장에게 반납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 논의가 재점화하자 특검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반납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여사 스스로 목걸이 선물이 뇌물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었단 의미이기도 하다.

뇌물 공여자가 스스로 청탁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수수자로 지목된 김 여사는 궁지에 몰렸다. “목걸이는 2010년 홍콩에서 구입한 모조품”이라는 진술이 거짓말이란 사실이 구속 여부를 가르는 영장실질심사 도중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김 여사 측에 건넸다고 인정한 이 목걸이는 2022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모습이 공개되며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고, 특검 수사 결과 이 목걸이의 구매자가 이 회장의 비서실장이란 점이 드러났다. 특검 수사가 확대되자 이 회장은 선제적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홍콩서 구매한 모조품" 거짓 진술 들통

김경진 기자
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목걸이 진품과 함께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에서 발견한 가품 목걸이를 동시에 꺼내 들기도 했다. 특검팀이 공개한 진품 목걸이는 2022년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선물한 이후 돌려받은 제품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가품 목걸이는 김 여사가 진품을 서희건설 측에 되돌려준 이후 “나토 순방 때 착용한 목걸이는 가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종료 직후 브리핑에서 “서희건설 측이 (김 여사에게) 교부하였다가 몇 년 뒤 돌려받은 진품 실물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며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목걸이를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음에도 (김 여사는)수사 과정에서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했고, 가품이 인천 주거지에서 발견된 경위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선 김 여사가 특검 조사에서 목걸이 의혹과 관련해 거짓 진술로 일관했고,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가품을 구입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점까지 드러난 셈이다. 증거인멸 가능성은 구속 여부를 가르는 최우선 기준이란 점에서 이봉관 회장의 자수서는 김 여사 구속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심문을 진행한 정재욱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김 여사를 지목해 “목걸이를 받은 것이 사실이냐”며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했다. 목걸이 수수 여부는 정 부장판사가 이날 영장심사에서 김 여사에게 물은 유일한 질문이기도 하다.



헌정사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됨에 따라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수사를 받는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 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전 10시 10분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4시간 25분 만인 오후 2시 35분쯤 끝났다. 김 여사는 영장 심사가 끝난 뒤 오후 3시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동시에 남부구치소 측은 대기하던 김 여사를 곧장 수용실로 인치했다. 특검팀은 최장 20일간 김 여사를 구속 상태로 수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속영장 청구 당시 주요 범죄 혐의로 거론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 수사가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의혹 사건을 중심으로 1차 기소한 뒤 나머지 사건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순차적 추가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우.양수민.최서인.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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