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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 손기정’ 연덕춘, 84년만에 이름 되찾았다

중앙일보

2025.08.12 08:41 2025.08.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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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연덕춘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 [사진 KPGA]
고(故) 연덕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이 본명을 되찾았다. KPGA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그의 일본오픈선수권대회 기록(국적·이름) 정정과 우승 트로피 복원 기념식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선수 고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를 열었다.

연 전 고문은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당시 일본프로골프 최고 권위 대회인 일본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2오버파 290타로 우승했다. 한국인 골퍼 최초의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그러나 일본골프협회(JGA) 기록과 우승컵에는 노부하라 도쿠하루(延原德春)라는 일본인 이름으로 남았다. KPGA와 대한골프협회(KGA)는 지난해 JGA에 국적·이름 정정을 요청했고,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4월 이를 관철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는 “연 고문은 정치적 배경 때문에 한국 이름을 쓰지 못하고 일본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했다”며 “정정 요청을 받은 뒤 만장일치로 기록을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JGA는 올해부터 외국인에게도 ‘명예의 전당’ 문호를 열었다”며 “연 전 고문은 일본오픈 우승자로서의 상징성이 커 헌액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원섭 KPGA 회장은 “연 전 고문은 한국 골프의 뿌리”라며 “이번 복원과 정정은 한국 골프의 정통성을 각인한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연 전 고문은 우승 트로피를 한국에 가져와 보관했지만, 한국전쟁 피난길에 집에 숨겨 놨다가 잃어버렸다. 이 트로피도 복원돼 이날 공개됐으며, 향후 독립기념관에 전시된다.

1916년 서울에서 태어난 연 전 고문은 경성골프클럽 군자리 코스(현 어린이 대공원)에서 캐디로 일하며 골프에 입문했다. 1934년 일본으로 건너가 이듬해 프로 자격을 취득했고, 일본오픈 우승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과 함께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였다.

1968년 KPGA 창립을 주도했고, 2004년 별세 때까지 한국 골프 발전에 헌신했다. KPGA는 그의 업적을 기려 1980년부터 최저타수상을 ‘덕춘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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