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인 청년 A. 부모님의 농사를 돕는 착한 아들이던 그는, 군 복무 시절 선임에게 괴롭힘과 구타를 당하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군 제대 이후엔 집 안에서만 지내더니, 언제부턴가 아버지나 할머니를 발로 걷어차며 문제를 일으켰죠. 결국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습니다. 퇴원 후 약을 제대로 먹지 않던 어느 날, 그는 어머니가 준 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느꼈습니다. ‘엄마가 독을 탔구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A는, 그날 밤 어머니를 때려 살해합니다.
정신감정을 받고 국립법무병원에 들어간 그는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울기 시작합니다. 당시 A의 주치의였던 차승민(44)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혹시 증상이 안정돼 자신의 범죄를 깨닫기 시작한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망상에 대해 조심스레 물어보죠. 그 순간 A의 눈빛은 돌변했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가 엄마를 때려 죽인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래요. 엄마가 음식에 독만 타지 않았어도 그런 일은 안 했을 거라고요!” 그렇게 그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내내 이 말을 반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단 한 곳밖에 없는 특수한 병원이 있습니다.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국립법무병원(옛 치료감호소)입니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심한 정신질환으로 범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곳이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곳에서 일한 차승민 전문의는 “내 환자들은 정신질환자이자 범죄자”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기피하는 ‘무서운’ 사람들이 자신의 환자인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섭지는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에 “무섭기보다 오히려 애처롭다”고 표현합니다. 제때 관리만 잘 받았어도 끔찍한 범죄는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의미죠. 그리고 이 말도 덧붙입니다. “관리받지 못한 정신질환이 위험할 뿐, 모든 정신질환이 위험한 게 아니에요.”
현재는 아몬드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인 그는 정신질환 범죄자를 그저 욕하기만 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차 원장이 국립법무병원의 경험을 엮어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를 쓰며 국립법무병원의 생활을 알리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과 의사는 어떤 일을 할까요. 왜 국가의 비용으로 범죄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잘 모르는 이곳, 국립법무병원의 모든 궁금증을 차 원장에게 물어봤습니다.
Q : 국립법무병원은 어떤 곳인가요?
국립법무병원은 치료감호소의 또 다른 이름인데요. 정신질환 범법자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정신과 병원이에요. 쉽게 말해 교도소 역할과 정신과 역할을 같이 하는 곳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치료감호형을 수행하는 곳은 이곳뿐이거든요. 그래서 정신질환 증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게 인정돼 치료감호형을 받은 사람은 교도소 대신 이곳에 와요. 되게 특수한 기관이죠.
Q : 국립법무병원엔 어떤 환자가 오나요?
치료감호법에 따르면 세 종류 환자가 오거든요. 우선 정신질환으로 현실 판단력이 떨어져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와요. 이때 심신미약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죠. 두 번째는 약물중독이나 알코올중독자들인데요. 중독자들은 심신미약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중독이 치료되지 않으면 재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어요. 세 번째는 성범죄자들이에요. 특히 소아성애증이나 노출증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변태성욕장애자들이요.
Q :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이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어떻게 알아내죠?
그래서 하는 게 정신감정이에요. 여기서 심신미약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판단하죠. 감정 기간도 한 달입니다. 그 긴 기간 동안 간호사와 보호사들이 교대해 가며 하루 종일 피감정인을 관찰해 면밀히 기록해요. 정신과 의사도 수시로 면담하고요. 저흰 실제 아픈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연기로 아픈 척하는 것과 실제는 많이 달라요. 티가 딱 나죠. 게다가 생각보다 하루 24시간, 한 달 내내 미쳐 있는 척 연기하는 거 결코 쉬운 일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