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메이저리그 콜업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고우석(27)에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기회의 땅이었는데, 기회가 찾아올 수는 있을까.
디트로이트 산하 트리플A 톨레도 머드헨스 소속의 고우석은 지난 7월 27일(이하 한국시간)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와의 경기, 선발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등판이 없다. 보름이 넘었다. 16일 째다. 손톱이 깨지면서 인디애나폴리스와의 경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생각보다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고우석이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은 아니다. 즉, 상태가 심하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우석은 아직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KBO리그 최정상의 마무리 투수로서 군림했던 고우석이다. 이후 2023시즌이 끝나고 포스팅 자격을 얻고 마감시한 직전, 2년 보장 4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마이애미에서는 지명할당 조치도 당하는 등 방출 위기에 몰렸지만 끝까지 마이애미에 남아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1년차가 지났다.2년차는 다를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명단에도 포함됐지만 날벼락이 떨어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수건으로 섀도우 피칭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선수 본인도 황당할 법한 부상으로 결국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5월 초에 복귀한 고우석은 차근차근 페이스를 올려서 트리플A까지 다시 올라왔다.
그런데 6월 중순, 마이애미는 고우석을 방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고우석의 연봉 225만 달러(약 31억원)을 포기할 정도로 마이애미는 고우석에게 미련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고우석은 미국에 남아서 최소한 2년 간 자신에게 주어졌던 도전 기회를 살려보려고 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고우석에게 손을 내밀었고 디트로이트 트리플A팀 톨레도 머드헨스와 계약을 맺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지는 리빌딩 구단인 마이애미보다 디트로이트에서는 되려 기회가 있을 법 했다.
현재 디트로이트는 69승 51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후반기 즈음부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게 추격을 당해 6.5경기 차이까지 간격이 좁혀졌다.
불펜진 평균자책점도 4.1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9위다. 중위권 수준이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나쁜 편도 아니다. 그렇기에 특출난 선수보다 불펜진의 질과 양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사령탑 A.J. 힌치 감독도 집단적 불펜 운영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고우석이 트리플A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메이저리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SPN’도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디트로이트는 불펜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7월 타선이 부진했지만 여전히 이 팀의 핵심은 불펜이다. 디트로이트 불펜 평균자책점은 19위, 구원진 탈삼진 비율은 28위에 불과하다. 워싱턴 내셔널스, 콜로라도 로키스와 비슷한 순위라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OSEN DB
실제로 디트로이트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 직전에 폴 시월드, 카일 피니건, 라파엘 몬테로 등 불펜 자원들을 대거 수집했다. 그렇다고 전력 보강에 방점을 찍을 정도의 확실한 보강은 아니다. 고우석에게 어쩌면 기회가 갈 수 있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우석은 자신을 보여줘야 할 가장 중요한 시점, 부상 의심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면 9월 확장 엔트리에도 오를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런 양상이 계속되면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마이너리그에서 그대로 묻힐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연 고우석은 마지막 반전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