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철인’처럼 버티고, 쓰러질 때까지 뛰었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한 마디였다. “필요 없다.”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가 구단의 미래 구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 ‘스포르트1’은 11일(한국시간) “김민재는 떠나야 한다. 더 이상 바이에른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구단은 매각을 원하지만 특별한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상 방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의미다.
지난 시즌 김민재는 그야말로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43경기, 총 3593분을 뛰었다. 리그만 해도 2289분을 소화하며 요슈아 키미히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경기를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뛰었다는 점이다. 김민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킬레스건 부상을 안고 경기를 강행했다. 동료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휴식도 거의 없었다. 시즌 중반엔 허리 통증까지 겹쳤고, 막판에는 몸살까지 앓으면서도 그라운드를 지켰다.
그 결과 바이에른은 지난 시즌 레버쿠젠에 내줬던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김민재는 2022-2023시즌 나폴리에서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한국인 최초로 유럽 5대 리그에서 두 개 리그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 영광 뒤에는 피와 땀, 그리고 고통이 있었다.
그럼에도 돌아온 건 냉혹한 평가였다. 독일 현지에서는 “후반기 실수가 잦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구단 내부에서도 스포츠 디렉터 막스 에베를을 비롯한 일부 보드진이 김민재 매각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르트1은 “바이에른은 2년 전 김민재를 5000만 유로(약 809억 원)에 영입했지만, 구단은 그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했다. 활약이 나쁘진 않았으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민재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설이 불거졌으나, 측근을 통해 “협상은 없다. FC바이에른에 전념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잔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구단의 태도는 냉담하다.
현재 뱅상 콤파니 감독의 수비 구상은 우파메카노와 요나탄 타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여기에 부상 복귀가 임박한 이토 히로키와 중앙 수비도 가능한 요시프 스타니시치까지 고려하면, 김민재는 ‘필요 없거나 심지어 불필요한 자원’이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높은 연봉도 걸림돌이다. 김민재는 연 1000만(약 162억 원) 수준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를 데리고 있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최근 토트넘과의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교체로만 출전했다. 우파메카노와 ‘신입’ 타가 선발로 나서 호흡을 맞췄고, 두 선수 모두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스포르트1은 “바이에른은 김민재를 위한 새 클럽을 찾고 있다. 이적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논의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몸이 부서져라 팀을 위해 뛰었지만, 구단의 미래 설계도에서는 지워진 이름. ‘김민재는 떠나야 한다’는 독일 언론의 가혹한 문장이 곧 현실이 될지, 아니면 김민재가 또 한 번 반전 드라마를 써낼지는 이제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