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김서현과 라이언 와이스가 마운드에서 대화를 나눈 뒤 인사하고 있다. 2025.07.26 / [email protected]
[OSEN=대전, 이상학 기자]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아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선두권 경쟁을 이끄는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와 라이언 와이스(29)의 영향력은 마운드 밖에서도 크다. 마무리가 된 이후 처음으로 시련을 맞이한 김서현(21)을 살린 것도 두 선수의 보이지 않는 조언이 있었다.
김서현은 지난달 26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혼자 마운드에 올라 공 없이 섀도우 피칭을 했다. 그 전날인 25일 SSG전에서 1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타자 몸쪽으로 위험한 공들이 몇 개 향했고, 경기를 마친 뒤 SSG 덕아웃을 보고 허리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튿날 마운드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
그때 김서현 옆에는 와이스가 있었다. 김서현이 통역을 통해 뭔가를 묻고, 와이스가 답하면서 한참 동안 땡볕 더위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때 나눈 대화에 대해 와이스는 “그렇게 디테일한 야구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는 정말 좋은 투수다. ‘네가 없었으면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못 왔다’는 말을 해줬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몇 마디했다. 길지 않지만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경기를 앞두고 한화 김서현이 마운드에서 공 없이 투구를 하고 있다. 2025.07.26 / [email protected]
김서현에게 진짜 시련은 그 이후 찾아왔다. 지난 5일 대전 KT전부터 10일 잠실 LG전까지 4경기 연속 실점했다. 5일 KT전에선 강백호에게 8회 2-2 동점 상황에서 결승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8일 잠실 LG전은 10회 천성호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그 사이 한화는 LG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10일 LG전에 세이브를 거두긴 했지만 5-2로 앞선 9회 2점을 내주며 진땀을 뺐다.
불안한 투구가 지속됐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김서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12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도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를 처음 하는 고졸 3년차 선수다. 6~7회에 나오는 투수들도 부담감이 있는데 마무리를 하면 부담이 더 크다. 그동안 (김)서현이나 너무나 잘 던졌기 때문에 무조건 안 맞을 거라 보는데 이런 경험도 겪어야 한다. 이렇게 역전당하고 지는 날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 막아주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날 롯데전에도 김경문 감독은 2-0으로 앞선 8회 2사 만루 위기에서 김서현을 호출했다. 빅터 레이예스를 2구째 몸쪽 직구로 먹힌 타구를 이끌어내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급한 불을 끈 김서현은 9회 선두 윤동희를 초구 직구가 빠져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노진혁에게 좌측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지만 좌익수 문현빈이 워닝 트랙 앞에서 점프 캐치하며 고비를 넘겼다.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표한 김서현은 유강남과 손호영을 연이어 3루 땅볼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1⅓이닝 1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26세이브째. 4경기 연속 실점을 끝낸 순간이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86.
[OSEN=잠실, 조은정 기자] LG 천성호에게 끝내기안타를 허용한 한화 김서현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5.08.08 /[email protected]
경기 후 김서현은 “지난주에 계속 안 좋았고,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많았다. 힘든 시간이었다”며 “오늘은 공을 땅에 꽂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최근에 공이 뜨면서 타자 쪽으로 많이 갔다. 완전 원바운드성으로 던지려 했는데 잘 된 것 같다. (사구가 나온) 9회 (윤)동희 형한테 너무 죄송한데 그것만 빼면 제가 생각한 것처럼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현빈이 노진혁의 장타성 타구를 잡아준 것에 대해서도 “넘어갈 줄 알았는데 (문)현빈이가 잡아줬다. 같은 동기인데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7월까지 평균자책점 1.55로 철벽 마무리 위용을 떨친 김서현에게 8월은 처음 찾아온 고비였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 누구나 안 좋은 시기가 한 번쯤 오기 마련인데 김서현에게 그 순간이 온 것이다. 그는 “여기서 내가 또 좌절하면 뒷문이 더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극복하려고 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으로 믿음을 주셨다. 팬분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10일) LG전에도 제 자신을 조금 의심하긴 했는데 팬분들의 응원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게 아닌가 싶다. 팀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지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여러 가지 마음이 섞여 (경기 후 팬들에게) 90도 인사를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김서현과 라이언 와이스가 마운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7.26 / [email protected]
3주 전 와이스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서현은 “(대전) 마운드가 적응이 안 된 건가 싶어 섀도우를 했는데 와이스가 와서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네 구위가 그렇게 좋은데 생각이 많을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해줬다”며 “이번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다. 폰세도 캐치볼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면서 체력 아끼는 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어느덧 52경기 50⅓이닝을 소화한 김서현이라 연습 때부터 힘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감독과 코치, 선배들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조언까지 다 받은 김서현은 이날 롯데전 무실점 세이브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중간의 힘이 떨어진 불펜 사정상 8회 조기 등판이 잦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마무리로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김서현은 8회 등판에 대해 “힘들더라도 적응해야 한다. 요즘은 8회도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팔을 풀고 있다”며 변함없는 투지를 보였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 한화 코디 폰세와 김서현이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5.04.09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