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SCMP 보도…인도 "9월 쿼드 정상회담 세부 사항 발표 미뤄"
"쿼드 분위기 악화로 對중국 단결 어려워져…中은 유리한 입지"
헐거워진 中봉쇄망…"고관세 압박 美와 日·印 균열, 쿼드 흔들"
홍콩 SCMP 보도…인도 "9월 쿼드 정상회담 세부 사항 발표 미뤄"
"쿼드 분위기 악화로 對중국 단결 어려워져…中은 유리한 입지"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관세 공세'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의 균열이 커지면서 이들의 '대(對)중국 봉쇄망'이 헐거워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SCMP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이 2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미국에 대한 일본과 인도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쿼드 붕괴 위기를 만족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쿼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안보·외교·경제적 확장을 막으려고 미국이 동맹인 일본·호주는 물론 인도를 끌어들여 만든 협의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고관세 압박으로 인도·일본과의 관계도 긴장시키면서 2017년 부활한 쿼드 군사협정의 전략적 실행 가능성이 가장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21일 후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오는 27일부터 인도의 대미 상호관세율이 50%로 치솟게 된다.
이 때문에 인도 당국이 핵실험을 강행했던 1998년 이후 미국과 인도 관계는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SCMP는 짚었다.
이 신문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시절은 물론 재집권 후 외국 정상으로선 첫 방문자였을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최근 미국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에 '고관세' 부과를 단행하면서도 사실상 '적국'인 파키스탄 군부 실세의 방문을 허용해 모디 총리를 크게 자극했다.
파키스탄의 군부 실세로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던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불과 2개월 만에 지난주 미국을 다시 찾았다.
이런 가운데 모디 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록히드 마틴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구매 제안을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자립'을 강조한 인도 당국이 F-35 대신 러시아산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Su)-57 구매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전부터 비동맹 외교를 추구해온 인도는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으로 유라시아 패권을 잡으려 하자 인도는 쿼드에 본격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국 견제에 나섰으나, 최근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우호적인' 태도에 맞서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이다.
이런 가운데 모디 총리가 이달 3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톈진을 방문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8년 6월 이후 7년 만의 중국 방문이다.
인도와 중국은 여러 차례 국경 분쟁을 했음에도 여전히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3천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이에 둔 앙숙 관계라는 점에서 모디 총리의 톈진 방문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관세 압박에 유사한 처지인 중국과 인도가 나름의 '대응책'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만큼은 아니지만 일본도 근래 트럼프 행정부에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SCMP는 "2023년까지 대미 직접 투자액이 7천800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일본이 최대 대미 투자국의 하나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일 고관세율 부과로 일본 내 대미 여론이 나빠지고 있으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정치적 생존이 어려울 지경에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지난달 하순 자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를 애초 예고했던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 관세도 총 27.5%에서 15%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후 합의와는 다른 내용이 미국 측에서 불거져 나오는 등 '후폭풍'이 이어져 왔다.
이런 가운데 내달 뉴델리에서 개최 예정인 쿼드 정상회담과 관련해 인도 당국이 최종적인 세부 사항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뉴델리 쿼드 정상회담이 연기되거나 장소가 변경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CMP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압박과 무역 제재 위협으로 쿼드 분위기가 악화해 대중국 봉쇄에 필요한 단결이 어려워졌지만, 중국은 인도·일본 등 쿼드 참가국들에 대한 투자 제한을 완화하고 고위급 교류를 제안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줬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도 "일본은 중국을 '가장 큰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있고, 인도와 중국의 앙숙 관계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인도와 일본은 중국과의 단기적인 경제적 협상에 흥미를 보이지만 결국 (쿼드라는) 장기적인 안보 협력에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