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낙마한 뒤 구금됐다는 설이 퍼지고 있는 중국의 류젠차오(劉建超·61) 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이 마오천웨(茅晨月) 미국 웰스파고 전무이사와 관련한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1일 마오천웨 전무가 형사사건에 연루돼 출국 제한 조치를 당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사사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오 전무는 수출기업의 해외 매출채권을 인수해 자금을 제공하고 대금회수를 대행하는 팩토링 금융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마오 전무가 이끄는 웰스파고는 올 상반기 중국 휴대폰 및 전기차 제조업체인 샤오미와 전기차 기업 니오(NIO) 등에 17억 달러(약 2조4000억원)의 팩토링 금융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레이쥔(雷軍·56) 샤오미 회장이 마오 전무를 통해 50억 달러(약 7조원)를 해외로 유출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샤오미 측은 웰스파고나 마오 전무와 어떤 협력이나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중국 내부에선 마오천웨 전무 사건을 국제자금 세탁과 중국의 금융안보 사건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여기에 류젠차오라는 이름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차기 외교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류 부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와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귀국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연합보는 류 부장이 지난 2015년 외교부를 떠나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서 해외로 도주한 부패 공무원과 기업가를 체포하는 ‘여우사냥’ 작전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계의 거물이던 마오천웨를 만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마오 전무는 류 부장을 여러모로 도왔고, 류 부장 역시 상당한 보답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또 2017년 류 부장이 중앙기율위를 떠나 저장성 기율검사위 서기로 취임하면서 장쑤·저장·상하이의 재계를 주름잡던 마오 전무와 왕래가 있었다는 설도 제기된다. 장쑤·저장 상인들이 류 부장을 통해 마오 전무를 만나거나, 마오 전무를 통해 류 부장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들 기업가는 마오 전무의 금융 업무를 도왔고, 마오는 이들의 자산 이전을 도우면서 미국에서 여러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게 연합보의 주장이다.
류 부장이 마오 사건에 깊숙이 연루됐을 경우 지난 2023년 여기자와 혼외 불륜으로 낙마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을 능가하는 ‘정치 스파이’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마오 전무가 중국의 금융 규제 위반, 자금의 해외 도피 알선뿐만 아니라 반도체 칩과 희토류 같은 미·중 갈등의 양대 민감한 분야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관측도 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