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겨울, 오랜만에 건진법사(본명 전성배·이하 건진)의 전화를 받은 사업가 A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의 호출 내용이 묘했기 때문이다. 건진과 10년가량 인연을 이어오는 동안 A가 찾았던 곳은 언제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건진의 ‘법당’이었다. 그런데 그날 건진이 불러준 주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66-1번지. 그동안 한 번도 찾아가 보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에 있었던 건 양재역 1번 출구 앞에 위치한 대형빌딩이었다. ‘서희타워’로 불린 그 빌딩은 중견 건설사 서희건설의 본사 사옥이었다.
A가 이곳을 다시 떠올린 건 지난 11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서희건설 서초동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방송 뉴스를 본 직후였다. 영상 속 낯익은 사옥 건물을 보던 A는 금세 저곳이 건진이 자신을 은밀히 호출했던 ‘양재동’ 그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통일교의 청탁을 받고 샤넬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모두 8000여만원의 금품을 김건희 여사에게 건넨 의혹 등을 받는 건진, 그 건진이 20대 대선을 목전에 두고 머물렀던 곳이 서희건설 사옥이었다. (이하 경칭 생략) 그 서희건설은 김건희에게 6000만원대 목걸이를 상납했고, 정권은 그 업체 회장의 사위를 국무총리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A는 이 모든 상황이 하나의 실타래로 엮인 듯, 예사로이 보이지 않았다. (이하 경칭 생략)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건진의 호출을 받고 찾아갔던 2021년 겨울의 그 ‘양재동’ 사무실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윤석열·김건희의 비선 조직원’ 수십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던 서희건설 본사의 바로 그 사무실 말이다.
중견 건설사에 지나지 않는 서희건설은 대선 직후 서슬 퍼런 권력의 정점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검찰총장을 지낸 대통령의 부인에게 대가를 바라며 고가의 명품 목걸이를 뇌물로 바치겠다는 발칙한 발상은 어떻게 나왔을까. 윤석열 정부와 서희건설 간 커넥션의 시작이, 혹 대선 전 서희건설 사옥에 자리 잡았던 ‘윤석열 비선 캠프’ 사무실은 아니었을까.
A는 건진이 자신을 불렀던 2021년 겨울 어느 날의 일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다. 건진이 물밑에서 윤석열을 열심히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A는 건진이 호출한 ‘양재동’, 즉 서희건설 사옥의 한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사무실은 넓고 분주했다. 족히 20~3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부터,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전직 언론인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A가 자신의 기억을 풀어놓았다.
" 공간이 아주 넓더라고. 100평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보였어. 그 너른 공간이 책상과 컴퓨터들도 빼곡했고, 뭔가 정돈된 상태라는 느낌을 줬어. 거기 많은 사람이 일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 "
A는 건진에게 장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 이 큰 사무실을 움직이는 이유가 뭐예요? "
건진이 씩 웃으며 답했다.
" 야, 윤석열은 평생 검찰에만 있었던 사람이잖니? 국정운영 기반이 없는 윤석열을 위해서 국정 전략을 미리 수립하고, 인사 추천하고, 뭐 그런 일들을 하는 거지. "
건진은 “이곳에서 대선 관련 여론의 향방을 분석하고, 뉴스에 댓글을 다는 등의 작업도 병행한다”고 귀띔했다고 한다. 건진의 설명과 자신이 직접 본 장면을 종합하자 A의 머릿속은 금세 정리됐다. 자신이 찾은 이곳이 바로 윤석열의 비선 조직으로, 소문만 무성하던 바로 ‘양재동팀’이었다는 걸 말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무속인인 건진이 그 무렵 대선 승리를 위해 굿을 했다는 전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