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푸틴 만날 텐데…트럼프 옆엔 러시아 전문가가 없다
충성심 따져 발탁·핵심 부서 감축…무너진 美 외교 라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는 15일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참모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정상이 가장 최근에 만난 건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다. 트럼프는 당시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푸틴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푸틴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자 트럼프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입한 게)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는 미 정보당국이 이미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었다.
'굴욕 외교' 논란을 빚은 당시 회담 때만 해도 트럼프 곁에는 그를 보좌하고 견제하려는 경험 많은 참모들이 주변에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알래스카 회담에서는 그러한 안전장치가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푸틴을 만나게 된다고 FT는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고위 참모의 자질로 경험보다는 충성심을 우선시한다. 외교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개발업자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주도하는 반면 오랜 경력의 외교 전문가들은 일선에서 배제되거나 해고됐다.
에릭 루빈 전 불가리아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를 자문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과거 국가안보회의(NSC)가 여러 기관의 의견을 종합해 대통령이 회담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돕던 전통적인 외교 정책 체계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NSC의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지난 5월에는 수십 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해임됐다.
국무부 역시 지난달 1천3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하며 대대적인 감원에 시동을 걸었다. 이 중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정보 분석관들도 포함돼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외교관 노조인 미국외교관협회(AFSA)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전체 외교관의 약 25%가 직장을 떠난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를 25년간 통치해 온 푸틴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꿰뚫고 있으며,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데 능숙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참모들의 조언보다는 본능과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러시아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에릭 그린은 "푸틴이 제시하는 논리에 빠져들어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왜곡된 내용에 동의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 대니얼 프리드는 "트럼프와 위트코프가 즉흥적으로 회담에 임하게 두면 안 된다"며 회담장에서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국무부는 "더 많은 직원이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조직 개편이 "더 간결하고 빠른 절차를 통해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 NSC, 정보기관을 포함한 재능 있는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궁극적으로 국가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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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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