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부정 취득한 의혹을 받는 중국 BOE가 미국 시장에 14년 이상 쫓겨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BOE와 7개 자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하며, BOE가 14년 8개월 동안 미국 시장에 OLED 패널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LEO)’을 함께 내렸다.
ITC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안 조치가 탁월한 수준이었음에도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해 사용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피해와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핵심 기술 개발에 들인 기간(14년 8개월)만큼의 기간을 BOE에 제재로 부과한 것이다. OLED 기술 확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또한 ITC는 ‘행위 중단 및 중지 명령(CDO·Cease and Desist Order)’을 통해 BOE의 미국 내 영업을 사실상 봉쇄해야 한다고 봤다. CDO가 확정될 경우 중국의 BOE 본사는 물론 미국 현지 법인 등의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재고 판매 등이 모두 금지된다.
최종판결은 오는 11월에 나올 전망이다. 예비판결의 내용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인 OLED 패널을 BOE가 약 15년간 미국 시장에 수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현재 BOE는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용 OLED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이폰용 OLED 패널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56%), BOE(22.7%), LG디스플레이(21.3%) 순으로 공급한다.
최종판결이 나오더라도 당장 BOE의 미국 시장 진입이 막히는 건 아니다. 애플 아이폰이 주로 중국에서 조립된 후 미국에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는 등, BOE의 OLED 패널이 미국에 직수입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OLED 시장 주도권을 지키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중국에 내준 한국은 OLED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의 빠른 추격에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ITC 결정을 근거로 BOE 패널을 사용하는 고객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영업비밀을 침해한 부품 사용에 따른 위험성 때문에 BOE가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 기준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전날 대비 22.49% 오른 1만329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 삼성전자도 1.13% 오른 7만1900원에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