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무슬림 공동체 위협에 영화 '바비' 상영 취소
파리 북부 근교 도시, 야외 상영 준비하다 무산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무슬림 인구가 많은 프랑스의 한 도시에서 페미니즘을 녹여 낸 영화 '바비'를 야외 상영하려다 주민 일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취소했다.
13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파리 북부 센생드니의 누아지 르 세크시는 지난 8일 여름 문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바비'를 야외 상영할 예정이었다.
'바비'는 미국 영화배우이자 감독 그레타 거윅의 2023년 히트작으로, 주인공 바비가 이상적인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로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재치 있는 유머 코드에 현실을 풍자하는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으며 여성들의 열성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당일 담당자들이 상영회를 준비하는 도중 일부 젊은이가 위협을 가하며 상영을 방해하고 장비를 파괴하겠다고 말했다고 공산당 소속 올리비에 사라베이루즈 시장이 페이스북에 밝혔다.
사라베이루즈 시장은 "일부는 이 영화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캐릭터를 부각한다고 비판하는데, 그렇다면 이는 우리 시가 추구하는 좌파와 해방의 가치와 모순되지 않는다"며 영화 상영을 방해한 이들은 "반계몽주의와 근본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라베이루즈 시장은 직원들에 대한 위협에 영화 상영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업무를 방해한 이들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의 결정에 우파·극우 진영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우파 공화당 소속 발레리 부아이에 상원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강력한 사회적 통제를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극우 국민연합(RN)의 알렉산다르 니콜리치 대변인도 유럽1 방송에서 알제리, 레바논, 쿠웨이트 등에서 이 영화가 금지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송진원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