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어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지 70일 만에 향후 5년간 주력할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 혼란이 컸던 만큼 국정 비전으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 제시됐다. 국민의 뜻을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하면서 통합을 이뤄내고 불공정과 특권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성과 중심의 실용적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국정 원칙도 천명했다.
국정기획위는 5대 국정 목표도 정했는데,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았다. 국정 목표 실현을 위한 123개 세부 국정과제 중 1순위에 개헌 추진이 담긴 것은 의미심장하다.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 대통령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심각하다. 이 때문에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헌정체계 실현을 위해 개헌을 추진한다’는 추상적 의지만 담았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개헌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국정기획위는 오히려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에 방점을 뒀다. 여당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등 검찰개혁 법안을 올 추석까지 완료하겠다며 서두르고 있다. 대법관 증원 등 사법부 개혁안도 특위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재설정할 수는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 분야에선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목표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과 바이오 등 미래 신신업 육성을 통해 저성장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통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노후 재가 서비스를 확충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 청사진도 내놨다.
문제는 재원이다. 어제 내놓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만 5년간 270조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정부는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조달한다지만, 이 정도로 가능할지 검증이 필요하다. 당장 이 대통령은 어제 “가을에 쌀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지금 씨앗을 빌려 뿌려야 되는 것 아니냐”며 대규모 국채 발행을 시사했다. 올해 국가채무가 1300조원이 넘었다. 1년 사이 120조원이 불었다. 국정과제 실천은 좋지만, 나빠지는 재정 여건에도 신경 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