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의 한 카페. 한 손님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직원이 2L 생수병의 뚜껑을 열더니 커피잔에 물을 담았다. 정수기 물 대신 생수를 쓰는 건 물을 조금이라고 아끼기 위해서다. 카페 주인 김하늬(42)씨는 “강릉 지역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물이 바짝 마른 상황이라 생수를 사서 쓰고 있다”며 “물이 많이 들어가는 식기세척기를 안 쓰려고 커피잔도 한꺼번에 모아 설거지한다”고 말했다.
인근 송정동의 한 음식점 정수기엔 ‘사용 불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식당은 원래 물통에 정수기 물을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해 왔는데 지난달 말부터 500㎖ 생수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평균 손님에게 나가는 생수는 100개에 이른다. 이날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지만 이번에도 강릉 지역은 예외였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산지인 강릉 연곡면엔 11㎜, 해안가인 옥계면엔 10㎜의 비가 내렸다.
최근 강릉 지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강릉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일대는 황톳빛 바닥이 드러난 상황이다. 인근 오봉리 마을은 물이 부족해 밭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주민 유봉열(71)씨는 “밭에 깨를 심어 놨는데 물이 없어 작물이 말라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