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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에 ‘대북송금 변호사’ 이찬진

중앙일보

2025.08.13 09:12 2025.08.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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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교육부·여성가족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 후보자를 한꺼번에 지명하면서 장관급 인선을 마무리했다. 정부 출범 70일 만의 내각 완성이다. 그동안 공석이던 교육부·여가부 장관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 금융감독원장엔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 출신이 각각 발탁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교육부·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원민경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각각 지명했다고 전했다. 이진숙·강선우 전 후보자의 낙마로 인한 재지명이다. 또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엔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금융위원장엔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각각 중용됐다.

최교진 후보자는 중등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부위원장,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한 진보 진영 인사로 평가받는다. 강 실장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의 대통령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민변 출신인 원민경 후보자는 여성인권위원장, 한국여성의전화 이사를 지내는 등 주로 여성·가족법 분야에서 활동했다.



첫 전교조 출신 교육부장관, 민변 출신 여가부장관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지난 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권고안을 놓고 인권위 내부에서 충돌이 있었을 때 반대 의견을 냈다.

주병기 후보자는 과거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분배 정의’를 강조해 왔다. 주 후보자는 20대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 정책자문단 ‘세상을 바꾸는 정책’에서 활동하는 등 이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렸다. 다만 그동안 공정거래 분야 활동은 적었다.

이억원 후보자는 기재부 요직을 거쳤고,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을 역임했다.

국가교육위원장엔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을 내정했고,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엔 김호 단국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를 위촉하기로 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차관급인 금융감독원장 후보자로 이찬진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복현 전 원장이 지난 6월 초 퇴임한 이후 금감원장은 두 달여 공석이었다.

민변 부회장을 지낸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이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법연수원 내 비공식 운동권 서클 ‘기(期) 모임’과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성남시 고문 변호사를 지낸 그는 이 대통령의 각종 송사 변호인을 지냈다. 대통령 당선으로 재판이 중단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 등에서도 변호인을 맡고,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으로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등을 설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 대통령의 변호인단 출신은 이미 정부 요직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을 변호한 조원철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임명했다.

대북송금 사건을 맡았던 김희수 변호사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됐다. 대통령실에도 ▶대장동 사건 담당 이태형 변호사(민정비서관) ▶공직선거법 담당 전치영 변호사(공직기강비서관) ▶대북송금 담당 이장형 변호사(법무비서관)가 이미 일하고 있다.

이찬진 변호사의 금감원장 내정 소식에 야권과 법조계에선 “보은인사”란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변호사는 금융에 전문성이 없는 걸로 안다”며 “윤석열 정부가 금융에 무지한 검사 출신 이복현을 금감원장에 발탁한 것과 다를 게 뭐냐. ‘민변 이복현’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 투자 문제로 금융 분야 공정성 문제가 가장 예민한 시기에 이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낙하산으로 앉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심의하는 국가교육위원장에 내정된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 역시 이 대통령과 동기인 연수원 18기 출신이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 ▶정성호 법무부 장관 ▶조원철 법제처장에 이어 이찬진 변호사와 차정인 전 총장 등 이재명 정부에서 18기 출신만 벌써 다섯 번째 발탁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로 민변에서도 활동한 차 전 총장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부산대 총장을 맡았다. 2021년 8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결정 당시 총장이었다. 지난 2월 부산시교육감에 출마했을 때 그는 “총장이 학생(조민)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수사가 정치 검찰의 표적수사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실은 차관급 인사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김영수, 2차관 김대현, 조달청장 백승보, 통계청장 안형준, 산림청장 김인호, 농촌진흥청장 이승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방용승, 소청심사위원장 정한중이 임명됐다. 기상청장엔 여성 최초로 이미선 전 기상청 수도권기상청장이 발탁됐다.





윤성민.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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