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들 "러 고립 탈출, 유럽 소외"…차기 회담장소 크림반도 거론
"美기업계와 긴밀한 밴스, 회담 깊이 관여…경제 해빙 가능성"
미·러 회담 우크라보다 경협이 주요의제?…북극개발 논의 관측(종합)
러 전문가들 "러 고립 탈출, 유럽 소외"…차기 회담장소 크림반도 거론
"美기업계와 긴밀한 밴스, 회담 깊이 관여…경제 해빙 가능성"
(런던·모스크바=연합뉴스) 김지연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와 미국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극 개발을 포함한 경제 협력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방안도 논의하겠지만, 양국 관계 개선 역시 회담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영리단체 '창의적 외교' 소장인 나탈리야 부를리노바는 13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우크라이나는 (회담의)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양국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제가 패키지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향후 수십 년간 지정학적 중심 무대가 될 수 있는 북극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며 북극에는 남극과 달리 포괄적 국제협정이 존재하지 않고 막대한 천연자원과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색된 경제 관계가 해빙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일부 유럽 당국자들은 이날 미·우크라이나·유럽 간 화상 회의에 트럼프 대통령 외에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한 것도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이 더 넓은 범위의 미·러 관계 재고의 일환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 기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 인물로, 최근 몇 주간 미 행정부와 유럽 간 대화에서 이전보다도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유럽 당국자들은 밴스 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이는 러시아와 어느 정도 경제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을 비롯해 더 광범위한 이해관계가 이번 회담에 걸려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드미트리 수슬로프 모스크바 고등경제대 교수는 코메르산트에 이번 회담 장소로 알래스카가 선정된 것은 양국이 북극 지역 경제 협력을 논의할 것을 시사한다면서 "이는 양국 모두에게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분야"라고 설명했다.
수슬로프 교수는 알래스카가 미국에서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지역이면서 우크라이나·유럽과는 가장 먼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는 러시아와 미국이 주요 결정을 내릴 국가라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으로 러시아는 국제적으로 고립됐다는 논란을 잠재우겠지만, 반대로 유럽은 국제적 입지가 약해지고 오히려 소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휴전에 관한 공동 조건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오를로프 모스크바국제관계대(MGIMO) 교수는 코메르산트에 이번 회담으로 양국 외교 업무 정상화, 전략적 공동 프로젝트, 내년 2월 만료되는 핵 군축 조약인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논의 기반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터 쿠즈니크 아메리칸대 핵연구소장은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회담이 러시아와 미국 간 경제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북극에 매장된 희토류 공동 개발이나 유라시아와 미국을 연결하는 베링해협 터널 건설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에서는 벌써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정상회담도 거론되고 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의 다음 회담이 러시아 영토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레크 카르포비치 러시아 외무부 외교아카데미 부총장은 타스 통신에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의 얄타를 차기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얄타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면 이는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로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크림자치공화국 수장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푸틴 대통령이 초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크림 방문은 현실이 될 것이라며 "크림에서 새로운 '얄타 평화'가 탄생한다면 기쁠 것"이라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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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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