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대통령 "무기 들고 외세에 기대면 값비싼 대가"
이란 SNSC 사무총장 "저항은 자산…친구와 적 구분해야"
레바논, '헤즈볼라 무장해제 반대' 이란에 "내정간섭 말라"
레바논 대통령 "무기 들고 외세에 기대면 값비싼 대가"
이란 SNSC 사무총장 "저항은 자산…친구와 적 구분해야"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바논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군사력을 유지하려는 이란을 향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레바논 국영 뉴스통신 NNA에 따르면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맞아 "최근 레바논이 일부 이란 관리들로부터 들은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운 대통령은 "레바논과 이란을 하나로 모으는 우정은 특정한 종파나 구성원에 국한돼서는 안 되며, 모든 레바논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레바논은 다른 어떤 나라의 내정에 절대 간섭하지 않으며, 이란을 포함한 모든 국가를 존중한다"며 "우리 내정이 간섭당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운 대통령은 "레바논 역사를 통틀어 외세에 기대는 이들은 모두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며 "아무나 무기를 들고서 외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레바논 국민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최근 레바논 정부가 추진하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방침에 이란이 반발하는 것을 두고 아운 대통령이 라리자니 사무총장 면전에서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는 지난 5일 "올해 말까지 무기 사용을 정부군으로 한정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틀 뒤 아운 대통령은 내각 회의에서 미국이 제시한 헤즈볼라 무장 해제 방안을 승인했다.
이에 지난 9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는 "이란은 헤즈볼라 무장 해제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이란은 항상 레바논의 '저항'을 지지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야티는 레바논 정부의 움직임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개입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계획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이날 아운 대통령에 이어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레바논 정부가 국내 정파와 협력해 내리는 모든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우리는 여러분의 내정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레바논 정부에 헤즈볼라 무장 해제 방안 문건을 전달한 것을 거론하며 "외국이 레바논에 지시해서는 안 되며, 레바논 국민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여러분은 친구와 적을 구별해야 하며, '저항'이 여러분에게 소중한 자산임을 깨달아야만 한다"며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는 자는 수천㎞ 떨어진 곳에서 서류를 제시하고 시간표를 제시하는 자들"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이슬람 맹주 이란이 중동에 구축한 '저항의 축' 대리세력의 핵심이다. 1982년 당시 레바논과 전쟁하던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명분으로 이란이 후원해 창설됐다.
이란은 한때 헤즈볼라가 자리 잡은 레바논에서 시리아, 이라크로 이어지는 강력한 '시아파 벨트'를 이뤘다.
하지만 이란에 밀착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작년 12월 반군에 축출되고, 올해 초 선출된 친서방 성향의 아운 대통령이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추진하며 이란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한 상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주변국인 시리아, 레바논의 '아브라함 협정' 참여를 추진하면서 친이란 세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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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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