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면 권력의 지도가 바뀝니다. 이재명의 옆에는 어떤 실세들이 포진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까요.
이재명 정권의 키맨을 한명씩 해부합니다. 각자 어떤 분야를 책임지고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지, 대통령과 그들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얼마나 끈끈한지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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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사람들⑳ 정진상
」
“내 측근이라고 하면 (김용이나) 정진상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수년 전 ‘측근’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재명 대통령이 했다는 유명한 발언이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은 누군가를 측근으로 표현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측근’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거리감을 준다는 걸 안다. 그런 말을 절대 안 하는 훈련이 아주 잘 돼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김용·정진상과 인연이 깊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아니겠느냐.”
둘 중 더 베일에 싸인 인물은 정진상이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던 김용은 인터뷰를 하는 등 언론 노출이 적잖았다. 하지만 정진상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절 정무조정실장까지 지냈지만 외부 접촉은 제한적이었다. 외려 그가 유명해진 건 대장동 사건 관련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뒤였다.
그런 정진상과 이 대통령을 모두 잘 아는 이들은 “정진상의 머릿속은 온통 이재명뿐”이라고 말한다.
지난 5월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런 말을 전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정진상이 수감돼 있을 때 면회를 간 적이 있는데…. 구속돼 옥중에 있는데도 중앙일보를 포함한 신문 6개를 매일 읽고 이재명 대표의 발언과 행보를 꿰고 있더군요. 아, 이 사람 머릿속엔 정말 이재명밖에 없구나….”
대장동 사건의 공동 피의자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상은 이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이다.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특정 업체에게 거액의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했다는 혐의를, 정진상은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접대를 받고 그 대가로 도움을 줬다는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84조 취지를 고려해 다른 형사 재판과 함께 중지됐다. 하지만 정진상은 여전히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정진상의 재판 결과가 이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사건에 휘말린 만큼 정진상은 이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고 있어도 가까이 가지 못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건 3년 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정무조정실장 자리가 마지막이었다. 2022년 정진상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구속됐다. 이후 보석(조건부 석방)이 됐지만, 그 조건 중 하나가 공동 피고인인 이 대통령에게 접근 불가 그리고 자정 전 귀가였다. 말 그대로 가까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이 대통령의 재판이 중단된 뒤 정진상 측은 “수사의 출발부터 모든 참고인 진술 내용이나 증거들이 결국 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구조”라는 이유를 들어 “정진상의 재판 절차 역시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진상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가 깊다는 건 두 사람을 잘 아는 이들 사이의 중론이다. “대통령이 성남시장일 때부터 경기지사일 때까지 ‘이재명에게 올라가는 결재 서류는 반드시 정진상의 방을 거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언론계 인사)였다. 2022년 대선을 치를 때도 이 대통령 주변에선 “정진상은 이재명에게 직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도 후보 마음을 돌리려면 정진상한테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