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노동자 표적 ‘로빙 패트롤’ 확대 법원 금지명령에도 불심검문 체포 논란 인권단체 “특정 인종 표적은 인권침해” “다음은 우리 지역” 이민자 불안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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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LA타임스 8월9일자 “Agents test the limits of ‘probable cause’” 기사입니다.
월마트 직원으로 근무하던 에이드리언 마르티네스(20·왼쪽)가 동료를 보호하려다 국경순찰대 요원에 의해 바닥에 넘어뜨려져 목에 멍이 들고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경위를 어머니 마이라 비야레알에게 설명하고 있다. [지나 페라지 / LA타임스]
최근 몇 달간 연방 국경순찰대(Border Patrol)가 남가주 내륙과 대도시 곳곳에서 벌인 대대적인 이민단속이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와 분노를 남겼다. 주택가와 상가, 공사 현장, 세차장, 심지어 대형마트 주차장과 버스정류장까지 무장 요원들이 들이닥쳐 사람들을 붙잡아 갔다. 그 과정에서 부상자와 사망자까지 발생했고, 사업장은 영업 중단과 인력 공백으로 타격을 입었다.
파코이마의 한 상가 주차장에서 단속에 붙잡힌 54세 여성 마틸데는 복면을 쓴 요원이 뒤에서 잡아채는 순간 쓰러졌다. SNS 목격자 영상에는 그녀가 갑자기 몸을 떨며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병원 진단은 심장마비였다. 이후 그는 매장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할 만큼 심리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정원사 나르시소 바란코는 제초기를 휘둘러 요원을 위협했다는 혐의로 체포됐지만, 체포 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지금도 두통과 목 통증을 호소한다. 또 다른 노동자 하이메 알라니스 가르시아는 작업장 지붕 위에서 30피트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지난 7월, 연방 판사는 인종·언어·직업·위치만을 근거로 한 검문·체포를 금지하는 임시 금지명령을 내렸고, 제9연방항소법원도 이를 유지했다. 무차별적 라틴계 단속은 멈추는 듯했지만, 이달 국경세관보호국(CBP)은 LA 웨스트레이크의 홈디포와 세차장을 다시 급습했다. 현장에서는 달아나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붙잡았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그렉 보비노 캘리포니아 섹터장은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카렌 배스 LA시장은 홈디포 단속이 법원 명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고, 시 법무팀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연방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에 금지명령 해제를 요청했다.
이번 단속의 핵심 전술은 '로빙 패트롤(roving patrol)'이다. 특정 표적이나 사전 정보 없이 차량이나 도보로 돌아다니며 불법 이민자를 찾는 방식으로, 전통적으로는 국경 인근에서만 사용됐다. 그러나 6월 이후 남가주 전역에 확대 적용됐다. 몬테벨로에서는 백색 SUV가 유턴해 견인소로 들어가 2명을 체포했고, 시민권자 브라이언 가비디아도 이유 없이 제지됐다. 그의 친구가 촬영한 영상에서 가비디아는 “난 미국 시민이야, 피부색만 보고 잡는 거잖아”라고 항의했다.
남가주 전역에서 수주간 이어진 이민단속 이후 버블 배스 세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호사 모하마드 타자르가 특정 인종 표적 단속을 규탄하고 있다. [윌리엄 리앙 / LA타임스 객원기자]
남가주 ACLU와 변호인단은 “정부가 합리적·개별적 의심 없이 외모나 행동만으로 검문하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운영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소송 기록에는 요원들이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거나, 눈을 피하거나, 허리를 곧게 세우지 않는 등 사소한 행동을 이유로 세웠다는 사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엘몬테에서는 청소노동자 비발도 몬테스 에레라가 순찰차를 보자 쓰레기통을 버리고 달아났다. 요원들은 이를 불법 체류 의심의 근거로 삼았다. CBP 인스타그램에는 “그들이 달리면, 우리는 쫓는다”는 자막이 붙었다. 그러나 연방판사는 “번호판 없는 차량에서 무장 복면 남성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달아나는 것이 왜 의심이 되는지 정부가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합법 체류자나 시민권자도 도주 후 체포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할리우드 홈디포 단속 당시 합법 체류자 도밍고 루에다 에르난데스는 흙 포대 뒤로 숨었다가 발견됐다. 엘몬테에서는 시민권자가 도로에 엎드려 체포됐고, “아무 잘못도 안 했다”는 말에 요원은 “그럼 왜 달아났나?”라고 되물었다.
정부 측은 많은 체포가 '자발적 만남(consensual encounter)'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질문에 답하거나 신분증 제시를 거부해도 떠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ACLU 측은 “무장 요원들이 사방에서 포위한 상태는 더 이상 자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패서디나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던 노동자 페드로 바스케스 페르도모가 떠나려다 즉시 수갑이 채워졌다.
다우니 세차장에서는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포위된 남성이 주변 주민들의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조언을 지켜 체포를 피했다. 주민들이 촬영하는 장면이 공개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단속은 세차장, 견인소, 버스정류장 등 저소득층 노동자가 많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몬테벨로의 한 세차장에서는 텍사스 번호판 트럭을 탄 요원 6명이 갈색 피부 노동자들에게 이민 신분을 물었다. 겁에 질린 여성 한 명이 담을 넘어 달아났으나 곧 붙잡혔다. 이 세차장은 몇 주 뒤 다시 급습당해 새로 일하던 2명이 체포됐다.
국경순찰대는 “과거 경험상 불법 체류자가 일하는 곳”이라고 주장하지만, 판사는 “이 장소들이 반드시 불법 체류와 연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리노이 이민난민권익연합 등 타주 단체들은 “LA에서 벌어진 일이 곧 우리 지역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법원의 제한 명령이 없는 주에서는 대규모 '로빙 패트롤'이 곧 실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민자 단체와 변호인단은 “이번 단속은 단순한 불법 체류 단속을 넘어, 특정 인종과 저소득층을 표적으로 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정부는 “직업, 위치, 주변 정황 등 모든 요소를 종합해 판단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금지명령 해제 여부를 검토하는 가운데, 남가주 이민자 사회는 “언제, 어디서 무장 요원들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