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과거 헬싱키회담서 푸틴 설득에 넘어가…구체적 합의 나올지 주목
합의하더라도 '해석' 제각각일 수도…트럼프 정부에 러시아 전문가도 부족
"트럼프-푸틴 단둘이 회담? 2018년 되돌아보면 성과는 '글쎄'"
트럼프, 과거 헬싱키회담서 푸틴 설득에 넘어가…구체적 합의 나올지 주목
합의하더라도 '해석' 제각각일 수도…트럼프 정부에 러시아 전문가도 부족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의 과거 회담 결과를 고려하면 성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전망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만난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헬싱키의 교훈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단둘이 한 공간에 두는 것은 예측할 수 없으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이 의제로 오른 회담을 마친 직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내게도 러시아가 그랬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러시아를 두둔해 논란이 됐다.
당시 트럼프의 러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었던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 국장이 화재 경보를 울리거나 가짜 응급의료 상황을 꾸며 기자회견을 중단시켜야 할지를 고민했다고 술회했을 정도다.
가디언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두 정상의 알래스카 앵커리지 정상회담은 지난 회담보다 위험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두 지도자의 대면 정상회담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두 정상은 6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만 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비공개 회담장에서 나와 '러시아의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일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서둘러 끝낼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 왔다.
백악관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는 점도 이번 협상 테이블에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없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만남(feel-out meeting)"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평화 협정에 수반될 사항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를 지낸 존 허브스트 대서양위원회 유라시아센터 선임 국장은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기정사실로 제시될 트럼프와의 합의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이 배제된 이번 회담에 대해 "1945년 얄타 회담의 냄새가 난다"며 "당시에도 미국·(구)소련·영국은 유럽 국가들의 머리 위에서 유럽 절반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반발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새로운 공세를 벌이는 데 이용될 수 있다며 자신들이 확보한 러시아 영토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즉흥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힐 전 국장은 "그게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다. 그는 그냥 즉흥적으로 한다"며 "그러나 푸틴 대통령도 논쟁을 즐기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재빠르게 대응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보좌관들이 배석하지 않는 폐쇄적인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점이다. 합의 사항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헬싱키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법 집행기관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 총정찰국(GRU) 요원들에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성과가 없었다는 게 힐 전 국장의 설명이다.
러시아 문제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중요시해 참모를 선임해온 탓에 현재 러시아에 관해 조언해줄 참모가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불가리아 대사를 지낸 에릭 루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트럼프에게 조언할 정책입안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직업 외교관의 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 5월 국가안보회의(NSC)는 대외정책과 국가안보 전문가 수십 명을 해임했고, 국무부도 지난달 직원 1천300명 이상을 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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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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