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앞두고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역할에 이목 집중
골프로 트럼프와 친해져…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도 매일 두 차례 통화
"벌써 일어났어?"…새벽같이 트럼프와 통화하는 유럽의 막후 중재자
미·러 정상회담 앞두고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역할에 이목 집중
골프로 트럼프와 친해져…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도 매일 두 차례 통화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동도 트기 전인 새벽녘 "벌써 일어났어?" 하고 전화 통화를 하고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한창 열애 중인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의 막후 중재자로 활약하고 있는 스투브 대통령을 조명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보통 오전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철인3종경기 훈련을 하고 사우나를 즐기기 위해서지만, 최근에는 새벽에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옹호자로 러시아의 위협을 적극적으로 경고해온 '일벌레'로 통하는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통하는 지점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실은 둘 다 수준급의 골프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함께 골프를 친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당시 트럼프는 골프 회동 직후 푸틴을 처음으로 공개 비판했는데, 이는 스투브 대통령의 설득이 통한 결과로 해석됐다.
스투브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도 유럽의 입장을 트럼프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독일·영국·프랑스·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때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차례로 통화하기도 한다.
스투브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우리 핀란드인들에게 숨은 의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는 매우 솔직하다"며 "나는 유럽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생각을 트럼프에게 전할 수도 있고, 트럼프의 생각을 유럽의 동료들에게 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 개월간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러시아의 요구는 거절하면서, 우크라이나 방어와 관련한 유럽의 요청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설 수 있도록 유럽에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스투브 대통령이 이를 자신의 공로로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계속해서 휴전을 압박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유럽의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협력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만 해도 몇 달 전과는 다른 반가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투브 대통령이 이처럼 막후 중재자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그의 특이한 이력 덕분이다. 그는 대(對)러시아 협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으며, 미국에서 골프 유학을 한 이력도 있다.
1980년대 골프 장학생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퍼먼대에 다녔던 그는 미국인들을 만나면 종종 "핀란드인으로 태어났지만, 신의 은총으로 (미국) 남부 출신이 됐다"며 느릿느릿한 남부 억양으로 말하곤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연결해준 인물은 트럼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이라는 인연으로 친해진 그들은 지난 2월 독일 뮌헨의 안보 회의에서 만나 술자리를 갖고 대화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이 함께 골프를 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금도 하루 두 차례씩 스투브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면서 "스투브 대통령은 유럽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통로이자 가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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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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