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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숨졌는데 시공사 벌금 2000만원"…학동참사 유족 또 눈물

중앙일보

2025.08.14 01:06 2025.08.1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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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청 앞에서 광주 학동4구역 붕괴 참사 3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감형된 형을 확정하자 유족들이 유감의 뜻을 밝혔다.

광주 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마주하며 유가족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기업 살인’에 가까운 중대한 참사에 비해 턱없이 가벼운 형량”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9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 재난에 대해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벌금 2000만원, 개인 최고형은 징역 2년 6개월의 형량에 불과했다”며 “우리 사회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고 대형 건설사의 책임을 끝까지 묻지 못하는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또 “이번 판결로 법적 절차는 종결됐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정의는 아직 멀었다”며 재개발 사업의 구조적 비리와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 규명,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한 법·제도 개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안전관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참사 4주기인 9일 동구청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부상자들도 대법원 판결 소식에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종현 부상자 대표는 “부상자들은 작은 소리에도 사고 장면이 떠오를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책임자들에 대한 엄벌이 내려질 줄 알았는데, 감형이 확정돼 속상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사 4년 2개월 만에 판결 확정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붕괴 참사 당시 사고 당한 시내버스가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각화정수장 컨테이너 내에 보관돼 있다. 학동 붕괴 참사는 2021년 6월 9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돼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 독자
대법원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동참사 책임자들에 대해 최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학동 재개발 사업지에서 참사가 발생한 지 4년 2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책임자들에게 최대 징역 3년 6개월 등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감형됐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거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학동 참사는 2021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지상 5층·지하 1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근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행정재판은 진행 중…현산, 재개발 사업 재추진

지난 2월 21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의 모습. 이 곳에서는 2021년 6월 9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돼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학동 참사의 형사 책임 규명은 마무리됐으나, 행정재판은 진행 중이다. 현산은 서울시가 내린 영업정지 8개월(부실시공)과 과징금 4억6223만4000원(하수급인 의무 위반)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산에 대한 영업정지가 확정되더라도 이미 계약이 체결된 사업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참사 발생으로 중단된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은 예정대로 재개될 전망이다. 학동 재개발 사업지는 지난해 8월 철거가 완료됐으며, 현산이 최근 동구로부터 사업 변경계획서 인가를 받으면서 다시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 부지 안에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된다. 현산은 유족, 조합과의 논의 끝에 인근 남광교회로 향하는 연결녹지 공간에 벤치 등 조형물을 조성하고 추모목을 심기로 했다.




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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