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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의 마켓 나우] 국민주 부진, ‘앵커링 효과’의 함정인가

중앙일보

2025.08.14 08:06 2025.08.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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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말의 저점을 벗어나 역사적 고점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2대 ‘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카카오는 회복이 더디다.

두 종목은 2021년의 사상 최고점 이후 각각 48%, 81% 급락했다. 최근 빠르게 반등했지만, 8월 12일 종가 기준으로 4년 전 고점의 73%와 37% 수준에 머물고 있다. 뒤늦게 국민주 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강세장의 열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문제의 배경에는 ‘앵커링(anchoring)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앵커링 효과는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가 판단 기준점(anchor)이 되어 이후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인지 편향이다. 투자에서는 매수가, 역사적 고점, 52주 최고가 등에 집착해 매도 시점을 놓치는 형태로 나타난다. 자산 가치는 계속 변동하는데 과거 가격에 얽매여 비합리적인 보유를 이어가는 것이다. 앵커링 효과는 또 다른 인지 편향인 ‘처분(disposition) 효과’와 결합해 성과를 악화시킨다. 이익이 난 종목은 서둘러 매도하고, 손실이 난 종목은 매도를 지연하는 탓에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정치인들은 앵커링 효과를 이용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관세율을 145%로 제시해 기준점을 극단적으로 높인 뒤, 이를 30%까지 크게 낮춰 주식시장의 반전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제시하며 주식시장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율과 코스피 목표치는 둘 다 산출 근거가 불명확하지만, 투자자 심리를 붙잡는 힘은 강력하다.

앵커링 효과로 인한 위험은 JP모건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40년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약 6500개 종목의 최대 낙폭 중간값은 85%였고, 반등 후에도 과거 고점 대비 주가 회복률의 중간값은 90% 수준에 그쳤다. 전체 종목의 절반 이상(54%)은 역사적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특히 최대 낙폭이 80% 이상인 경우 대부분 고점 회복에 실패했다. 결국 고점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손실을 키우고,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심리적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앵커링 효과를 항상 경계하면서 ‘완벽한 투자’를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투자에서 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별 종목 수익률보다는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의 대가 조지 소로스도 “중요한 것은 옳았는지 틀렸는지가 아니라, 옳았을 때 얼마나 벌고 틀렸을 때 얼마나 잃느냐이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적중률이 아니라 전체 수익률이라는 얘기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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