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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감원장도 대통령 변호인, 또 ‘보은 인사’ 논란

중앙일보

2025.08.14 08:28 2025.08.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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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금감원장에 이찬진…시장에선 전문성 우려도



대통령 변호인 일곱 번째 요직 발탁, 상식과 거리

어제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한 이찬진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았던 인사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오랫동안 절친한 관계며,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각종 송사를 도왔다. 특히 이 원장은 2019년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통령에게 5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 돈의 용처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정도로 이 대통령과 이 원장은 흉허물이 없는 사이다. 대통령과의 관계야 어떻든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식견이 있다면 금감원장 임명에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원장이 과연 자리에 걸맞은 전문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큰 물음표가 붙는다. 그는 참여연대·민변 등 진보 단체에서 간부를 지냈지만 정작 금융기관 및 금융감독 이력은 전무하다. 정부는 그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으로 일했고, 자본시장 회계 관련 소송을 맡은 적이 있어 전문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경험으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불공정거래 조사, 회계감리 등 자본시장의 주요 업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야당은 이 대통령의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변호인단 중에 정부 요직에 발탁된 사례는 벌써 일곱 번째다. 이 원장에 앞서 조원철 법제처장, 김희수 국정원 기조실장,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이태형 대통령실 민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 전치형 공직기강비서관 등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사 출신인 이복현 전 금감원장을 기용한 것처럼 이 대통령도 금감원을 사정기관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 비전문가였던 이복현 전 원장은 재임 중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업무 지시와 발언이 많아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그러니 이 원장도 정파적 색채가 강한 업무에 치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게 터무니없진 않다.

이 원장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유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중히 처신하길 바란다. 이 대통령도 자신의 변호인단이 줄줄이 권력 요직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해 총선 때도 이 대통령 관련 사건 변호인들이 민주당 공천 경쟁에서 줄줄이 약진해 “변호사비 대납용 공천”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이 사적으로 가까운 이를 중용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대통령 변호인단이 무더기로 요직을 싹쓸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면 곤란하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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