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결국 혐의를 인정했다. 일본 미드필더 단자키 리쿠(25)가 고의로 경고를 받는 등 일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사커킹'은 14일(한국시간) "호주 1부리그에서 부정 도박 행위에 연루된 단자키가 법정에서 기소 내용을 인정했다. 그 배경엔 클럽의 재정난과 급여 미지급도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호주 '헤럴드 선'을 인용해 피고 단자키가 멜버른 치안 판사 재판소에서 기소 내용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까지 호주 A리그의 웨스턴 유나이티드 소속이었지만, 지난 6월 총 10건에 걸친 도박 관련 죄로 기소됐다.
2000년생 단자키는 일본 출신 미드필더로 지난 2023년 호주 웨스턴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홋카이도 콘사돌레 삿포로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브리즈번 로어로 두 차례 임대되며 호주 축구와 연을 맺었고, 2023년 1월 스코틀랜드 머더웰에 입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기 내내 4경기 출전에 그치자 반년 만에 웨스턴 유나이티드로 재이적했다.
하지만 단자키는 웨스턴 유나이티드와 계약 만료를 눈앞에 둔 지난 5월 30일 갑작스레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호주 경찰에 따르면 그는 총 4경기에서 일부러 경고를 받아 온라인 베팅에 영향을 끼쳤으며 사전 정보를 활용해 부정 베팅을 저질렀다. 호주 축구협회에서는 그에게 임시 출장 정지라는 조치를 내렸다.
[사진] 단자키와 공범으로 기소된 히라야마 유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자키는 직접 불법 베팅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된다. 호주 멜버른 치안 판사 재판소에 따르면 그는 여러 베팅 사이트를 통해 1375호주 달러(약 124만 원), 3250호주 달러(약 294만 원) 등의 이익을 냈다. 자신이 경기 중 경고를 받는다는 항목에 스스로 돈을 걸고 부당 이익을 챙긴 셈.
심지어 단자키의 친구이자 또 한 명의 일본인 선수 히라야마 유타(베이사이드 아르고노츠 FC)도 공범으로 기소됐다. 그는 단자키와 미리 짜고친 뒤 단자키가 옐로카드를 받은 경기에 베팅해 17000호주 달러(약 1537만 원)가 넘는 이익을 취한 것으로 파악된다.
18건 이상의 부정 스포츠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유타. 그는 단자키와 나란히 같은 날 법원에 출정했다.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처음엔 둘 다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경찰에 구금돼야 했지만,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단자키의 변호인은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대신 기소유예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재판은 현지 시각 8월로 연기됐다. 호주 축구계는 이미 작년 여름에도 승부조작 스캔들이 한 차례 터진 바 있기에 이번 사건을 민감하게 바라봤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재판이 계속되자 단자키는 혐의를 인정했다. 그의 변호인인 루이스 윈터는 법정에서 "피고는 A리그 경기의 공평성을 해친 점, 도박 시장의 공정성을 해친 것을 인정하고 있다. 자신의 운동선수로서 커리어에 아마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수를 범한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손상시킨 점을 인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단자키는 급여가 밀리는 등 재정적으로도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웨스턴 유나이티드도 재정난에 빠져있어 선수단 월급조차 제때 챙겨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호주축구협회(FFA)가 정한 A리그 소속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최근 라이선스를 박탈당한 상태. 이대로라면 클럽이 해체될 위기다.
이로 인해 단자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단자키가 이미 일본으로 귀국한 아내와 지난해 태어난 어린 딸이 있으며 경제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히라야마도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사커킹은 "히라야마의 변호를 맡은 몰리 데이튼도 일찍이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빅토리아주의 아마추어 클럽에서 경기당 약 700호주 달러(약 63만 원)를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식품 배달 기사로도 일하고 있었다. 지난 3월엔 햄스트링 부상으로 2개월 정도 뛰지 못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고, 도박 부정행위에 연루된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자키와 히라야마 둘 다 잘못을 인정한 만큼 징역 등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커킹에 따르면 벌금형이 유력하며 판결은 이달 22일 선고될 예정이다.
다만 축구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자키는 아오모리 야마다 고교 출신으로 두 차례나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유망주였고, 지난 시즌에도 공식전 29경기 4골 9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대로 유죄 판결을 받을 시 호주리그 장기간 출장정지 등 중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는 "유죄가 될 시 축구계 복귀는 곤란해질 것이다. 아오모리 야마다고 에이스로서 2회 우승,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뛰었던 스타 선수 단자키의 커리어가 어떻게 되는 걸까"라고 한숨을 내쉰 바 있다.
당연히 일본 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 월급을 미지급한 웨스턴 유나이티드에 대한 비판과 단자키에 대한 동정도 있지만, 팬들은 "도박 행위나 범죄에 얽힌 건 구제할 방법이 없다", "고작 150만 엔 정도 때문에 축구인생을 날려버렸다", "월급을 못 받으면 범죄를 저질러도 되는 건가? 축구선수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끝이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