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퇴임 대통령 필수코스?…한 교도소에 전직 4명 나란히 수감
톨레도·우말라·카스티요 이어 '수뢰 혐의' 비스카라도 구금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페루에서 '전직 대통령 4명 동시 수감'이라는 이례적이면서도 불명예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페루 교정청(Instituto Nacional Penitenciario·INPE)은 1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바르바디요 교도소로 입감했다"며 "교정청은 법에 따라 수감자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스카라(62) 페루 전 대통령은 2011∼2014년 모케구아 주지사 시절 건설회사로부터 공공공사 계약을 밀어주는 대가로 230만 솔(9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전날 페루 법원은 비스카라 전 대통령에게 5개월간의 예방(예비) 구금을 명령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18년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 관련 비리로 물러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86)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했으나, 반부패 개혁 추진 과정에 반목을 거듭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임기를 8개월 앞둔 지난 2020년 11월 중도 퇴진했다.
'도덕적 무능'을 내세운 당시 국회 탄핵안 발의의 주된 사유 역시 모케구아 주지사 시절 수뢰 의혹과 관련돼 있었다.
이로써 바르바디요 교도소에 갇힌 페루 전직 대통령 숫자는 알레한드로 톨레도(79·2001∼2006년 재임)·오얀타 우말라(63·2011∼2016년 재임)·페드로 카스티요(55·2021∼2022년 재임)에 이어 4명으로 늘어났다.
톨레도 전 대통령은 공공사업 계약을 따내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브라질 오데브레시로부터 3천500만 달러(487억원 상당)를 받은 뒤 자산 취득 경위를 거짓으로 꾸민 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6개월을 받았다.
우말라 전 대통령 역시 대통령 취임 전 오데브레시에서 300만 달러(42억원 상당)를 받아 챙긴 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고 수감돼 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경우 반복적인 국회의 대통령 탄핵 시도에 '의회 해산' 카드로 맞서려다 좌절된 뒤 반란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붙잡혀 재판받고 있다.
바르바디요 교도소에 처음 수감됐던 페루 전직 대통령은 알베르토 후지모리(1938∼2024)다. 후지모리는 재임(1990∼2020년) 시절 학살·납치 등 인권침해 범죄로 복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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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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