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엔 일상도 ‘잠시 멈춤’…비행기 착륙도 늦춰
매년 11월 둘째 주 수능일, 대한민국의 일상은 잠시 멈춘다. 출근 시간이 늦춰진다. 증권시장과 은행 개장을 1시간 늦춘다. 수능 시험날은 12년 공부의 마무리이자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1993년 8월 20일 수능일을 앞두고 서남수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고심에 빠졌다. 처음 도입한 ‘영어 듣기평가’ 때문이었다. 소음 관련 불만이 계속됐다. 자동차 소음은 경찰과 모범운전자들 덕분에 해결됐다. 철도청은 기차 경적을, 해운 항만청은 뱃고동 소리를 자제하거나 줄이도록 했다. 문제는 비행기 소음이었다. 서 과장과 함께 고민하던 김화진 사무관이 관계기관의 협조를 끌어냈다.
“교통부가 비행기 이착륙을 중단시킨답니다. 비행기 속도를 조절해 조금 빠르거나 늦게 도착하도록 조치한답니다. 공항 근처 비행기는 인근 바다 위를 몇 바퀴 돌게 하고요.”
군용기도 문제였다. 북한 비행기가 내려오는 등 비상시 긴급 발진하는 전투기 소음을 해결해야 했다. 듣기평가 시간에 비행기를 띄우지 말라고 북한에 부탁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국방부는 듣기평가 전에 미리 전투기 몇 대를 이륙해 놓겠다며 협조했다. 국방부와 합참의 요청으로 미군 헬기 소음도 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