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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광복절 첫 연설 "북·러 단결" 과시…韓·美 말도 안꺼내

중앙일보

2025.08.14 22:14 2025.08.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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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15일 전날인 14일 조국해방 80돌(주년)을 맞아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경축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북한이 14일 조국해방절로 부르는 광복절 80주년 행사를 성대히 진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에 대한 언급 없이 "조·로(북·러)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고 밝히며 러시아와의 친선·밀착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노동신문은 15일 김정은이 전날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광복) 8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광복절을 계기로 공개 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항일무장투쟁을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했던 김일성 주석 시기에는 광복절을 계기로 열병식을 여는 등 관련 행사를 크게 열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를 거치면서 관련 행사를 축소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조선의 해방을 위한 결전의 기록에는 세계반파쑈전쟁의 일선에서 영웅적으로 싸운 붉은군대 장병들의 공적이 역력히 새겨져있다"며 "우리 인민은 러시아인민의 우수한 아들딸들의 숭고한 국제주의적위훈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 80돌(주년) 경축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어 "오늘 조로(북·러) 친선관계는 역사에 전무한 동맹관계로 발전되고 있다"며 "신나치즘의 부활을 저지시키고 주권과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 속에서 공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과 러시아는 지금 나라의 존엄과 주권,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투쟁의 한 전호에서 또다시 정의의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며 "숭고한 이념과 진정한 우의로 맺어지고 혁명을 피로써 지원하는 역사와 전통을 주추로 하고있는 북·러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은 물론 광복의 역사를 공유하는 러시아의 관계 강조하면서 다극화된 세계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세력권을 갖추길 원하는 러시아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14일 조국해방 80돌(주년)을 맞아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경축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날 행사에는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을 비롯한 러시아 국가회의대표단과 문화성 대표단 성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와 대사관 성원들도 초대됐다.

김정은은 "우리 인민의 해방절을 두 나라의 공동의 명절로 경축하며 두터운 믿음과 우의의 마음을 함께 하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체슬라프 볼로딘 동지를 비롯한 러시아의 귀중한 손님들, 친근한 러시아의 전우들과 형제적 인민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라고 언급하면서 이들을 각별히 예우했다.

특히 볼로딘 의장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축전을 경축대회 현장에서 대독했다. 푸틴은 "80년 전 붉은군대 군부대들과 조선 애국자들의 부대들은 관동군을 격멸하고 조선에서의 일본 식민지통치를 끝장냈다"며 "중요한 것은 오래 전 전화의 나날에 굳건해진 전투적 우의와 친선, 호상원조의 유대가 오늘도 공고하고 믿음직한 것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방북 중인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을 접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어 양국이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신조약)을 언급하면서 "조약의 철저한 이행이 모든 영역에서의 호혜적인 러·북 협조강화를 계속 추동하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 국제무대에서는 주권국가들의 권리와 이익을 침탈하는 제국주의자들의 극단적인 만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을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관심을 끌었던 한·미를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내놓진 않았다.

한편 김정은은 이날 방북 중인 푸틴의 측근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을 별도로 접견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높이에 올라선 북·러관계 발전을 보다 추동하며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친밀감과 형제적 감정을 더욱 두터이 하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조국해방 80돌(주년)을 맞아 항일 빨치산 공신들이 묻힌 대성산혁명열사릉을 방문했다. 노동신문, 뉴스1
이에 블로딘 의장은 "러시아는 가장 중대한 시기에 결정적인 지원을 준 조선인민과 정부, 러시아에 와서 목숨바쳐 싸운 조선인민군 군인들의 영웅적 위훈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 데 기여한 점을 언급했다.

김정은은 이날 조국해방절 80주년을 맞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항일운동가들의 묘역인 대성산혁명열사릉도 찾아 헌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는 "혁명의 1세들이 다져준 승리와 영광의 만년 토대 위에서 우리 국가는 세계제일의 강국으로 끝없이 융성번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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