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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람처럼 달리고 때리고 일한다…관객 환호 속 中서 로봇운동회

연합뉴스

2025.08.1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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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국 로봇 500여대 참가…킥복싱·축구·달리기 등 26개 종목서 대결 알아서 판단하고 넘어지면 한손 짚고 일어서…댄스·물건 옮기기 등서도 경쟁
[르포] 사람처럼 달리고 때리고 일한다…관객 환호 속 中서 로봇운동회
16개국 로봇 500여대 참가…킥복싱·축구·달리기 등 26개 종목서 대결
알아서 판단하고 넘어지면 한손 짚고 일어서…댄스·물건 옮기기 등서도 경쟁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넘어진다! 넘어진다!", "대단하지? 저 로봇이 혼자 일어났어."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 북부의 국가스피드스케이팅홀.
사각 링 안에서 로봇 두 대가 권투 장갑을 낀 채 킥복싱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둔탁한 타격음이 울리는 격투 대결 옆으로는 '느리지만 치열한' 축구 경기가 펼쳐졌고, 바깥 트랙에서는 1천500m 달리기 경주가 이어졌다.
로봇을 인공지능(AI)과 함께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인 중국이 야심 차게 개최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 모습이다.
전날 밤 개막식을 연 이번 대회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16개국에서 온 280개 팀의 휴머노이드 로봇 500여대가 26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중국 로봇 산업을 선도하는 유니트리(宇樹科技·위수커지) 등 전문 업체들부터 대학팀들까지 중국 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평일 이른 아침부터 가족 단위로 경기장에 모인 중국 관중들은 개인 달리기와 계주, 장애물달리기, 멀리뛰기, 축구 등 스포츠 종목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응원했고, 로봇들이 득점에 성공하거나 넘어질 때면 환호성과 탄식으로 반응했다.

로봇이 사람과 얼마나 비슷해졌는지를 기준으로 본다면 종목별로, 업체별로 다소간 차이는 느껴졌다.
베이징항공항천대팀과 베이징우전대-중국광업대 연합팀이 맞붙은 3라운드짜리 킥복싱 경기에서는 두 로봇이 상하체를 모두 활용한 니킥(무릎차기)과 옆차기를 비롯해 얼굴·몸통을 수시로 노리는 잽과 훅을 서로 쏟아냈고 '유효타'가 수시로 들어갔다.
공격 받거나 자기 공격이 빗나간 로봇은 우선 엉거주춤 뒷걸음질 치며 중심 잡기를 시도했고, 그대로 자세를 다시 잡거나 쓰러졌다. 쓰러진 로봇은 옆으로 돌아누웠다가 한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선 뒤 곧장 격투 자세를 취했다.
장내 사회자는 로봇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크게 강조했고, 관중도 환호성을 보냈다.

5대5 축구 경기는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로봇 10대가 작은 경기장 안에서 축구공 하나를 놓고 공격을 주고받는 방식이었는데, 똑같은 로봇 여러 대가 좁은 반경에서 부딪치니 한 대가 쓰러지면 양 팀 로봇들이 우수수 넘어지는 일이 잦았다.
이런 축구 로봇들은 대체로 경기장 한쪽에 대기 중이던 '인간 코치'가 손으로 들고 밖으로 빼내야 했다.
로봇 격투나 축구는 개별 로봇의 자체적인 상황 판단과 동작 비중이 높은 편이었고, 경기장 바깥의 사람은 소프트웨어 제어와 대형 짜기 등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이라고 대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달리기는 사람의 개입이 조금 더 많았다.
로봇이 트랙을 달리거나 걷는 동안 게임패드 모양 리모컨을 든 조종수와 보조원 등 두 명이 함께 움직였고, 사실상 사람이 동작을 조종했다.

아직 '걷기' 수준인 로봇도 적지 않았지만 '달리기'가 되는 로봇의 실력 향상 역시 눈에 띄었다.
이날 1천500m 달리기에 참가한 유니트리 로봇은 속도와 균형 잡기 등 측면에서 넉 달 전 베이징에서 열리 휴머노이드 마라톤 당시보다도 더 나아진 실력을 선보였다. 1위는 유니트리의 자회사인 링이과학기술팀(6분34초), 2위는 톈궁팀(6분55초), 3위는 유니트리팀(7분10초)이었다.

스포츠 경기장 사이사이에는 로봇들의 '칼군무' 및 인간과의 협응 능력을 보는 댄스 종목과 물건 옮기기, 약재 분류, 손님맞이, 청소, 채소 재배 등 사람의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가리는 경기도 열렸다.
댄스 부문 1위는 진시황의 병마용 코스튬을 한 채 군무를 선보인 베이징무도학원과 후베이광구둥즈 체화지능기술유한회사 연합팀이 차지했다.

이날 국가스피드스케이팅홀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았지만, 학교별 유니폼을 갖춰 입고 주의 깊게 로봇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대학생들도 상당수 있었다.
베이징공업대 '자동화' 전공 2학년생 보둥젠(20)씨는 이번 운동회 로봇 달리기 부문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로봇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이유를 묻자 "의학 등 다른 분야도 좋지만 이 분야에서 성취감과 미래 전망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허베이과학기술대 로봇팀 소속으로 지난 12일 세계로봇대회(WRC)부터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는 컴퓨터 전공 1학년 리웨이타오(19)씨는 "여름방학은 7월 초에 시작했는데 로봇 대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학기 중보다 더 바쁘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1학년이지만 교내 로봇팀 일원으로 '로보콘' 등 국내외 대회를 돌고 있었다.
리씨는 "어릴 때부터 손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로봇 분야가 재미있어서 전공으로 선택했다"며 "평소 오후 10시든, 새벽 2∼3시든 월급 없는 '초과근무'(加班)를 할 때도 있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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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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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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