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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보고서 들여다보니…삼전 D램 추락, SK하이닉스 급성장

중앙일보

2025.08.1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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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스1
‘8.8%포인트(p)’

최근 6개월 새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 하락 폭이다.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시한 매출 기준 상반기 D램 시장점유율은 32.7%. 지난해 말 공시한 2024년 점유율은 41.5%였다. 연말 최종 집계가 나오기 전이지만, 상반기 점유율만 보면 1999년 첫 공시 이후 2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 낙폭은 2016년 48%에서 이듬해 45.8%로 하락할 당시 2.2%p였다.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14년(39.6%)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30%대로 주저앉았다. 발목을 잡은 건 인공지능(AI) 산업 필수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쌓아 만드는 만큼 판매가 늘수록 D램 점유율도 함께 오른다. 현재 삼성전자는 AMD와 브로드컴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공급망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반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둔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뚜렷한 상승세다. 챗GPT 등 생성 AI 열풍에 힘입어 27.7%(22년)→29.9%(23년)→33.4%(24년)로 매년 점유율이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36.3%를 기록했다. 33년간 D램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처음 앞질렀다.



SK하이닉스, 상반기 美 매출 24조 돌파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K하이닉스 아메리카. 새너제이=박해리 기자
SK하이닉스의 가파른 점유율 상승에는 미국 시장 실적이 큰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미주법인(SK하이닉스아메리카)의 올 상반기 매출은 24.7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2.2조원) 대비 103% 늘었다.

1년 새 2배 이상 매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뚫지 못한 엔비디아가 큰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엔비디아에 HBM3E를 처음 납품한 이후 줄곧 최대 공급사 지위를 유지하며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 중 54%가 HBM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둔 미주법인을 통해 미국 빅 테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에는 4년 만에 미주법인장을 교체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신임 법인장은 D램과 HBM 상품 기획을 주도해온 류성수 HBM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이다. 지난달 29일에도 엔비디아 관계자들이 SK하이닉스아메리카 사무실을 직접 찾아 미팅을 진행하는 등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액주주' 증가율 SK>삼성

지난 4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 쇼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의 HBM 기술을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투자자 관심도 SK하이닉스 쪽으로 더 쏠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소액주주 증가율은 2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소액주주 증가율(18.9%)을 앞질렀다. 소액주주 수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424만7611명에서 504만9085명, SK하이닉스는 56만1747명에서 68만1671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HBM 시장 주도권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HBM은 일반 D램 생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HBM 계약 물량이 메모리 시장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HBM 시장 경쟁이 심화하더라도 당분간 SK하이닉스가 경쟁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D램 제품군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며 “AI 서버용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HBM, 고용량 DDR5, 서버용 LPDDR5x 등 제품으로 시장의 고용량화 및 제품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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