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푸틴에 우위인데도 자각 못하고 말려들 위험"
프랑스 러 전문 역사학자 경고…미·러 전략에 "냉정 유지해야"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유럽이 사실상 유리한 위치인데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미국의 러시아 '회생 전략'에 말려들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이자 소련·러시아 전문가인 프랑수아즈 톰은 14일자(현지시간) 일간 르몽드 기고에서 러시아의 전략, 미국과 거래 시나리오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톰은 러시아의 영토 확장이 역사적으로 외국 세력의 도움으로 이뤄졌다며 1772년 폴란드 분할, 1920∼1921년 캅카스 재정복, 1939년 발트 3국과 갈리치아 병합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톰은 러시아의 두 번째 영토 확장 전략으로 '살라미 전술'을 꼽았다.
그는 "러시아는 피해자를 조각으로 나눠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사례에서 보듯 크림반도를 차지한 후 이젠 돈바스 지역을 노리고 있다"며 "첫 번째 조각을 차지하면 두 번째, 세 번째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에게 휴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 중인 도네츠크 지역에서 철수하도록 힘을 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러시아는 현재 소규모로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을 내주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톰은 "트럼프가 이 전략에 응한다면 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중부와 남부 정복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무상으로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크렘린궁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면 우크라이나인의 사기가 저하된다"며 연관 작용으로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톰은 러시아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럽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가스의 관리와 재판매권을 미국 기업에 넘기겠다는 '딜'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며 "서방이 투자하고 생산을 시작하자마자, 러시아 정부는 외국 파트너를 약탈한다"고 지적했다.
톰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고 끝내 유럽 동맹을 배신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서 유럽이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럽은 미국의 배신행위로부터 명확히 거리를 두고 키이우(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을 요구해야 하고 우크라이나에 유럽군 파견을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은 자신이 가진 카드를 인식해야 한다. 유럽인들은 모르고 있지만 그들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러시아 권력에 포섭된 유럽인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오늘날도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의존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인들은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철수하기 전까진 러시아와 거래(가스 구매 포함)가 재개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어렵게 얻어낸 경제적 독립이 근시안적 이익에 희생되는 건 재앙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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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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