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잊고 싶은 밤을 보낸 마티스 텔(20, 토트넘 홋스퍼)이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자 감독도 옹호에 나섰다.
토트넘은 14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어젯밤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패배 이후 마티스 텔이 소셜 미디어에서 받은 인종차별적 학대에 대해 역겨움을 느낀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마티스는 용감하고 담대하게 나서서 페널티킥을 찼지만, 그를 학대하는 사람들은 익명의 사용자 이름과 프로필 뒤에 숨어 혐오스러운 의견을 표출하는 겁쟁이들에 불과하다"라고 일부 팬들의 몰상식한 행위를 단호하게 비판했다.
끝으로 토트넘은 "우리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개인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당국 및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협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너와 함께한다, 마티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같은 날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2025 UEFA 슈퍼컵 결승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UEFA 슈퍼컵은 유럽대항전 챔피언들끼리 맞붙는 경기다. PSG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챔피언, 토트넘이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팀 자격으로 나섰다.
예상과 달리 토트넘이 PSG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강한 압박과 뛰어난 에너지 레벨을 앞세워 PSG를 몰아세운 것. 전반 39분 프리킥 공격에서 반 더 벤이 세컨볼을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쿠두스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기도 했다.
토트넘이 한 골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세트피스였다. 후반 3분 로메로가 반대편으로 길게 돌아들어가며 PSG 수비를 따돌렸고, 정확한 헤더로 득점했다. PSG로선 구단과 재계약 갈등으로 명단 제외된 주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빈자리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속절없이 끌려가던 PSG는 후반 막판 반전을 썼다. 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시발점이었다. 그는 후반 40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귀중한 만회골을 터트렸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곤살로 하무스가 뎀벨레의 크로스를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극적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그대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PSG는 비티냐가 첫 슈팅을 놓쳤으나 하무스, 뎀벨레, 이강인, 멘데스가 차례로 성공했다. 반면 토트넘은 솔란케와 벤탄쿠르가 성공했으나 반 더 벤과 마티스 텔이 실축하며 무릎 꿇었다. 그렇게 우승팀은 PSG가 됐고, 토트넘은 프랭크 감독의 공식 데뷔전에서 구단 역사상 첫 슈퍼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경기 후 텔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후반 34분 교체 투입됐지만, 아쉬운 수비력을 노출한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텔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긴 어려우나 하무스의 동점골도 그가 있던 좌측면에서 공간을 허용하며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텔은 패스 성공 2회(2/3), 드리블 성공률 0%(0/3), 지상 볼 경합 승률 0%(0/5), 반칙 2회 등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평점은 5.9점. 토트넘은 그를 무려 5000만 유로(약 807억 원)에 영입하며 손흥민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점찍었기에 더욱 실망이 컸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텔을 향해 도를 넘은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원숭이 이모지를 비롯해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토트넘과 관련 당국의 조사를 통해 식별된 뒤 처벌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저질렀던 팬들도 추후 경기장 출입금지 등의 대가를 치른 바 있다.
토머스 프랭크 감독은 개막전 전날 열린 프리매치 기자회견에서 “마티에게 일어난 일은 끔찍했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그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라면서 “텔은 강한 사람이다. 가족, 친구, 그리고 팀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진정한 토트넘 팬이라면 절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팬들에게도 경각심을 요구했다.
프랭크 감독은 번리와의 홈 개막전을 언급하며 “내일 경기장에서 진정한 팬들이 텔에게 정말, 정말, 정말 큰 환호를 보낼 것이라 기대한다. 힘든 순간일수록 함께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랭크 감독은 텔의 정신적 회복과 더불어 전력 복귀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선수가 내일 출전 가능하다”며 텔이 번리전 명단에 포함될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무릎 부상을 입은 데스티니 우도기는 복귀가 늦춰질 전망이며, 최근 훈련 불성실 문제로 슈퍼컵 명단에서 제외됐던 이브 비수마는 다시 스쿼드에 합류한다.
프랭크 감독의 메시지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팀 결속’의 선언이다. 그는 선수단과 팬, 구단이 하나로 뭉쳐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는 한 팀”이라는 그의 원칙은 토트넘이 새 시즌 초반부터 맞닥뜨린 난관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