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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으로 임명한다"…국민대표들의 80개 임명장

중앙일보

2025.08.15 05:45 2025.08.15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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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행사에서 임명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 80주년인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임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위대한 대한국민께서 다시 세워주신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임명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다”며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 등 약식 취임식만 치른 이 대통령은 이날 72일 만에 사실상의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15일 국민 대표로 선정된 각계 유명 인사들로부터 ‘대통령 임명장’을 받은 뒤 “4·19 혁명부터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거쳐 촛불 혁명과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나라에 국난이 도래할 때마다 가장 밝은 것을 손에 쥔 채 어둠을 물리친 여러분이 있었기에 피로 일군 민주주의가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명칭인 ‘국민주권 정부’를 언급하며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며 “‘높은 문화의 힘’을 갈망하던 선열들의 벅찬 꿈, 그 꿈에 날개를 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곤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성장하여 세계 시장을 무대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인들이 오직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국민임명식에선 대통령실이 각 분야에서 선정한 ‘국민 대표 80인’이 각자의 바람을 담아 쓴 임명장을 들고 이 대통령 부부보다 먼저 원형 무대 위에 올랐다. 이들은 무대 중앙에 설치된 대형 육면체 조형물에 구획된 80개 칸에 차례대로 임명장을 배치했다. 이후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무대에 뒤따라 올랐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기업인 NC AI의 이연수 대표로부터 마지막 임명장을 건네받은 뒤 이 임명장을 조형물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조형물은 환하게 점등됐다. 이번 행사 하이라이트로 기획된 장면으로 “빛의 임명장의 완성”(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상징했다.

국민 대표 80인엔 이연수 대표 외에도 ▶광복군 독립운동가 목연욱 지사의 아들인 1945년 8월15일생 ‘광복둥이’ 목장균씨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칸 국제영화제 라시네프 부문 1등상을 받은 허가영 영화감독 등이 포함됐다. 12·3 비상계엄 당일 장갑차를 막아섰던 유충원·김숙정 부부, 다섯 쌍둥이 부모인 김준영·사공혜란 부부 등 눈에 띄는 스토리를 가진 시민들도 참여했다.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행사에서 80인의 국민대표들이 무대에 올라와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이 대통령은 흰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도 흰색 투피스 정장 차림이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새로이 시작하겠다는 의미”(강유정 대변인)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환한 미소로 임명식에 입장해 문재인 전 대통령, 조희대 대법원장 등과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도 참석해 축하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만 초청 인원 약 1만명이 모였고, 그 주변엔 구경 나온 시민이 대거 운집했다. 국민임명식 전후로 가수 이은미·이승환 등의 공연이 이어져 행사장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행사는 “대통령보다 국민을 전면에 앞세운 게 차별점”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한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만큼 국민 대표 80인이 먼저 무대를 밟으면 이 대통령 부부가 이들을 뒤따라 무대에 오르는 동선이 짜여졌다.

반면 야권에선 “반쪽짜리 취임식”이란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당 지도부는 광복절 특별사면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등이 포함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불참 입장을 바꾸진 않았다. 송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저녁 행사(국민임명식)에도 오시지요’라고 했다”며 “조용히 ‘우리는 안 가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광복절에 독립 유공자들과 후손들을 병풍처럼 세워두고, 국민임명식이라는 자기 대관식 자리를 만들어 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이 이날 참석한 것과 달리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가족 등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과 가족은 불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8.15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매일경제 김호영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임명식에 앞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총 117개국 대사 등 주한 사절단과 첫 상견례 만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우리 국민주권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치로 삼고 있다”며 “특정한 사고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협력과 연대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하며 “비상계엄 후 국내 정치 혼란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걱정이 컸을 것”이라며 “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우리 국민의 저력을 신뢰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최근 한국 내 일각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외국인 혐오 정서나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등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철저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에 방점을 뒀다. 만찬용 술도 경주에서 생산되는 전통주 ‘대몽재 1779’였다. 디저트로는 경주 특산품인 황남빵과 연잎차가 나왔다. 만찬장 내부엔 민화의 대표 소재인 ‘까치 호랑이’를 활용한 걸개와 미디어월이 제작돼 걸렸다. 까치 호랑이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한 호랑이 더피 캐릭터를 닮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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