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LAFC)의 미국 생활이 유쾌하게 시작됐다. 13년 전 분데스리가에서 그를 제쳤던 ‘옛 기억’을 들고 나온 스티븐 체룬돌로 감독의 농담과, 동료들의 물세례 환영식이 그 출발을 장식했다.
LAFC는 14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의 첫 훈련 세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체룬돌로 감독은 선수단을 모아 놓고 “얘들아, 새로운 선수 쏘니를 소개할게”라며 손흥민을 환영했다.
이어 그는 웃음을 자아내는 한 마디를 던졌다. 그는 “혹시 손흥민이 나를 어떻게 제치고 골을 넣었는지 얘기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 몇 명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얘기는 골키퍼와 센터백에게 물어봐야 한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 농담의 배경은 201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노버의 베테랑 풀백이었던 체룬돌로와, 함부르크의 신성이던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맞붙었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체룬돌로를 제치고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그 골은 함부르크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손흥민의 LAFC 이적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ESPN’은 “손흥민이 체룬돌로 감독을 당황시켰던 때”라며 그 골 장면을 재조명했다. 이제는 독일이 아닌 미국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과거를 웃음 소재로 삼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농담이 끝난 뒤, 본격적인 ‘신고식’이 시작됐다. 체룬돌로 감독의 지시로 선수단이 두 줄로 서서 인간 터널을 만들었고, 손흥민이 그 사이를 달려 나갔다.
동료들은 물병의 물을 뿌리고 등을 두드리며 ‘인디언밥’식 환영을 퍼부었다. 토트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위고 요리스도 활짝 웃으며 동참했다.
손흥민은 올여름 토트넘과 10년 동행을 마무리하고 지난 7일 LAFC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은 2027년까지며, 2029년 6월까지 연장 옵션이 포함됐다.
이적료는 2660만 달러(약 368억 원)로 MLS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연봉도 870만 달러(약 120억 원)에 달해,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에 이어 리그 2위다.
미국 현지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MLS는 “판타지가 현실이 됐다. LA에 진정한 글로벌 슈퍼스타가 탄생했다”고 전했고, ‘에센셜리 스포츠’는 “손흥민 영입은 이미 대박이다. 유니폼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심지어 메시보다 더 큰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판매 수치도 어마어마하다. 존 토링턴 LAFC 단장은 “손흥민은 계약 이후 전 세계 모든 선수 중 유니폼 판매량 1위”라며 “메시, 호날두뿐 아니라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판 커리까지 제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LAFC의 기대는 상업적 성공에만 있지 않다. 토링턴 단장은 “우리가 진짜로 기대하는 건 트로피와 경기장에서의 성과”라며 “손흥민은 이를 위해 영입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데뷔전부터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난 10일 시카고 파이어 원정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그는 폭발적인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팀의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제 오는 17일 뉴 잉글랜드 레볼루션과 홈경기에서 선발 데뷔와 함께 데뷔골 사냥에 나선다.
13년 전 독일에서의 한 장면은 농담이 되었고, 그때의 패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 ‘블랙&골드’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의 미국 도전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