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또 다시 몰지각한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엔 흑인 선수 앙투안 세메뇨(25, 본머스)가 피해자가 됐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6일(한국시간) "본머스 스타 세메뇨는 리버풀 팬으로부터 악의적인 인종차별적 학대를 당했다. 안필드 메인 스탠드 가장 아래 줄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던 리버풀 팬이 범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해당 팬은 경찰에 의해 관중석 밖으로 호송됐다"라고 보도했다.
사건은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벌어졌다. 본머스는 같은 날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에서 리버풀에 2-4로 패했다.
세메뇨는 전반 28분 스로인을 하기 위해 사이드 라인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휠체어를 탄 한 리버풀 팬이 그에게 다가가 손짓까지 동원하며 무언가 격정적으로 외쳤다. 이를 들은 세메뇨는 곧바로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다가가 인종차별 행위를 신고했다.
데일리 메일의 이안 레이디먼 기자는 "경기가 중단되기 2~3분 전에 세메뇨가 휠체어에 앉은 채 자신에게 무언가 강요하는 한 남자를 보기 위해 몸을 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라고 전했다.
[사진]OSEN DB.
이로 인해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안도니 이라올라 본머스 감독과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 양 팀 관계자, 심판진이 한 데 모여 논의했다. 양 팀의 주장인 버질 반 다이크와 아담 스미스도 내용을 브리핑받았다.
그리고 약 4분이 흐른 뒤에야 경기가 재개됐다. 테일러 심판은 프리미어리그의 차별 금지 규정에 따라 이번 사건을 공식 신고했고, 세메뇨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리버풀 팬은 잠시 후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그럼에도 세메뇨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리버풀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그는 0-2로 끌려가던 후반 19분 만회골을 넣었고, 후반 31분엔 중앙선 뒤에서부터 약 50m를 단독 드리블로 돌파한 뒤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다만 본머스는 세메뇨의 활약에도 패배를 면치 못했다. 후반 42분 페데리코 키에사가 리버풀에 합류한 지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기록하며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 종료 직전 모하메드 살라도 골망을 가르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사진]OSEN DB.
프리미어리그는 이번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프리미어리그 당국은 후반전 도중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늘 밤 리버풀과 본머스의 경기는 세메뇨를 겨냥한 관중들의 '차별적 학대' 신고로 인해 일시 중단됐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의 경기장 내 차별 금지 프로토콜에 부합한다"라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안필드 사건은 이제 완전히 조사될 거다. 우리는 선수와 두 클럽 양측에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인종차별은 우리 게임이나 사회 어디에서도 존재할 수 없다"라며 "우리는 관계자 및 당국과 계속 협력하여 경기장이 모두에게 포용적이고 환영받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OSEN DB.
그럼에도 세메뇨를 향한 인종차별은 온라인상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원숭이 이모지를 여러 개 남긴 악의적인 댓글을 공유하며 "언제 멈추게 될까..."라고 적었다. 아직도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 행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디 애슬레틱'은 "리버풀의 감동적인 개막전 승리는 인종차별로 빛을 잃었다"라과 꼬집었다.
한편 본머스 구단은 세메뇨의 사진을 게시하며 "훌륭한 선수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훌륭한 인간이기도 하다. 오직 강한 성격의 사람만이 그런 상황에서 그런 회복력을 보일 수 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과 함께한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리버풀 구단도 "모든 형태의 인종 차별과 차별을 규탄한다"라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