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이 세운 손가락이 서로를 겨눴다. 지난 13일 대전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반탄(탄핵 반대) 진영 장동혁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찬탄(탄핵 찬성) 진영 조경태 후보 지지자들이 “우우”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장 후보는 보란 듯 반격했다. 장 후보는 준비해 온 원고를 내려놓고 “꼭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곤 “추운 겨울 당과 정권을 지키자고 함께 싸운 사람들에게 대선이 끝났다고 ‘냄새나고 더러우니 나가라’고 하는 여러분이 부끄럽다”고 목청을 높였다.
점점 조 후보 지지자들 쪽으로 다가가더니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며 국민의힘과 동지들을 팔아넘기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며 고성을 내질렀다. 분노에 찬 삿대질도 함께였다. 조 후보 지지자들도 격분해 삿대질과 손가락 욕설로 맞섰다. 찬탄 진영에선 “히틀러를 보는 것 같았다”(김종혁 전 최고위원)는 반응도 나왔다.
그간 지지자 간 충돌은 적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대표 후보와 당원이 정면으로 충돌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선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가 ‘전한길뉴스’ 기자 자격으로 들어와 조 후보 연설 도중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해 장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일로 전씨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징계가 청구됐지만 지난 14일 징계 수위는 ‘경고’에 그쳤다.
당권의 향배가 드러날 22일 전당대회에 국민의힘 당원은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결전의 날인 만큼 갈등도 극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아직 탄핵으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당원이 많다는 의미”라며 “당이 짊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지지자 간 응원 과열로 소란이 커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15일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토론회에서는 한동훈 당시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배신자 꺼져라”를 외쳤다. 또 이에 항의하던 한 후보 지지자들을 향해 의자를 던지려 하자 경호원들이 급히 제지에 나섰고, 이들이 한 데 엉키면서 육탄전이 벌어졌다. 당시 소동을 주도한 유튜버 3명은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019년 자유한국당 시절에는 태극기 부대가 골칫거리였다. 당시 강경파 김진태 후보를 밀던 이들은 오세훈 등 상대 후보를 향해 “빨갱이”라며 야유를 퍼부어 전당대회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김 후보가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키면서 진보단체 소속 100여명이 전당대회장에 기습 방문해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고 외치고, 태극기부대도 “빨갱이 해체”라고 맞서는 난투극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