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알아듣는다는 듯 어깨 으쓱…눈 찌푸리는 모습 보이기도
"푸틴, 통제받지 않은 수많은 언론과 함께한건 정말 오랜만"
"민간인 학살 멈추나?"…서방언론 질문 폭탄에 푸틴 반응은
못 알아듣는다는 듯 어깨 으쓱…눈 찌푸리는 모습 보이기도
"푸틴, 통제받지 않은 수많은 언론과 함께한건 정말 오랜만"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취재진의 기습 질문이 나올 때마다 생소하거나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여러 번 노출했다.
자국 언론과는 사뭇 다른 취재 분위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푸틴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무표정으로 일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질문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거나 눈을 찌푸리는 등의 모습으로 반응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미러 정상회담이 예정된 앵커리지 북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 포토존이 마련된 연단에 함께 올라섰다.
'알래스카 2025'가 크게 적힌 연단 위에서 양국 정상은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대기했고 이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취재진이 이들에게 등 질문 3∼4개를 외치듯이 물었다.
취재진의 외침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푸틴 대통령은 "민간인 학살을 멈출 것인가"는 질문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한쪽 귀에 가져다 댄 뒤 어깨를 으쓱거렸다.
질문이 잘 안 들린다거나 영어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장에 도착해 자리에 앉은 뒤에도 질문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대3 회담이 마련된 장소에 도착해 사진 촬영이 마무리되자 취재진을 정리하려는 듯 "매우 감사하다"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고 주변에서도 "취재진 감사합니다"라며 이들의 퇴장을 권유했다.
이때 기자들은 "미스터 푸틴, 휴전에 동의할 것인가"라고 큰 소리로 물었고 푸틴 대통령은 참모들이 있는 쪽으로 눈을 흘긴 뒤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푸틴의 이 행동이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는 불분명하다.
이후 이 기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더 이상 민간인을 죽이지 않을 것인가"라고 또 질문을 던졌고 이에 푸틴 대통령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양손을 입 주변에 갖다 댄 뒤 답을 하는듯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언론 통제 수준이 가장 높은 러시아에서는 이처럼 기자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질문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전 이후에는 푸틴 대통령이 국외 언론 환경에 노출된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런 경향은 더욱 굳어졌다.
영국 BBC 방송도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의 통제를 받지 않은 수많은 언론인과 함께 모인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각종 제스처를 두고 오랜 정치적 경험을 반영한 그의 노련함이 묻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자기 생각을 자세를 통해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이날 그의 행동을 분석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무관심을 드러내고자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습관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이날 푸틴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올곧은 자세로 앉아있는 장면을 언론에 노출했다는 것이다.
그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며 취한 행동도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
CNN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잘 이해해 자신의 통역사 발언을 종종 수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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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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