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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사돈의 나라” 꼽은 베트남…교역 2배 확대 약속한 까닭은

중앙일보

2025.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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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베트남 서열 1위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양국의 경제 협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두 정상이 향후 5년 내 양국 교역 규모를 현재의 약 2배로 늘린다고 합의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사진 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용 그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 SNS


“3박자 갖춘 투자환경”…韓 투자 이유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을 ‘제2 생산기지’로 삼는 이유는 뚜렷하다. 낮은 인건비, 높은 노동 생산성, 정부의 투자 유치 의지라는 ‘3박자’가 고르게 맞아떨어져서다. 베트남을 ‘넥스트 차이나’로 선정해 핵심 생산시설을 구축한 우리 기업도 여럿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45~50%를 베트남 북부 박닌과 타이응우옌 공장에서 만든다. 2024년 기준 누적 투자액이 232억 달러(약 32조2410억원)에 달한다. LG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 등 12개 현지 법인(생산법인 7곳)을 운영 중이다. 하이퐁 공장을 운영하는 LG전자·LG이노텍의 지난해 현지 매출은 11조551억원에 달했다.


2007년 진출한 효성은 스판덱스·중전기기·화학제품 등 주력 사업 생산기지를 베트남에 두고 있다. 누적 투자액은 46억 달러(약 6조7500억원)다. 삼성·LG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하노이·호찌민·동나이성·바리아붕따우 등에서 1만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2023년 베트남을 방문해 “효성그룹 100년의 미래를 베트남에서 찾겠다”며 장기 투자 의지를 밝혔다.


조선업 성과도 주목된다. HD현대베트남조선(HVS)은 연간 15척의 선박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30년까지 건조 능력을 20여 척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숙련공 확보가 관건인 조선업에서 해외 진출이 성공한 드문 사례”라며 “기술력은 한국 조선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가격은 중국 조선소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기념 건배를 하고 있다. 뉴스1

베트남은 인구 1억 명, 중위연령 32세의 젊은 인구 구조를 가진 나라다. 연간 7%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내수·수출 모두에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한국의 ‘3대 교역국’이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교역액은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난 867억 달러(약 120조 원)에 달했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은 최대 투자국이자 3위 수출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력이 젊고 교육 수준이 높아 생산성이 뛰어나다. 노사 갈등도 적어 투자에 유리하다”며 “정치·경제 환경이 안정적이고 정부의 투자 유치 의지가 강해 한국 기업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11년 만 서열 1위 방한, 투자·사업 협력도 줄줄이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베트남 국영통신사 VNA와 서면 인터뷰에서 “경기도 다낭시”, “사돈의 나라”라 빗대며 베트남과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여기 호응하듯 또 럼 서기장의 방한 기간 경제·산업 전방위에서 양국의 협력 논의가 이어졌다. 베트남 재무부 장관과 증권위원장은 자국 암호화폐 거래소 구축을 위해 12일 업비트를 방문했다. 베트남 국방부 산하 밀리터리뱅크(MB은행)가 두나무와 손잡고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는 구상의 일환이다. 또 럼 서기장은 부산 동원글로벌터미널(DGT)을 찾아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을 만나 완전 자동화 스마트 항만을 시찰했다. 대한전선은 750억원을 투입해 베트남에 초고압 케이블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베 양국은 무역·투자뿐 아니라 신산업, 에너지, 인프라 등 다층적인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향후 협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로는 원자력발전(원전)과 인프라가 꼽힌다. 베트남 중부 지역에 들어설 2기 원전 신설 사업은 한국전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 코리아’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는 사업비 30조원을 들여 원전 4기를 신규 건설하는 ‘닌투언 원전’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총연장 1541㎞의 ‘북남 고속철도 프로젝트’ 역시 양국이 주목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는 등 ‘K-방산’의 베트남 시장 진출 폭도 넓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과 안정된 투자환경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맞물리고 있다”며 “앞으로 5년은 한·베 경제 협력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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