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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도 당했다"…여성 스타들 표적 사기, LPGA 발칵 무슨 일

중앙일보

2025.08.15 22:27 2025.08.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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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코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6월, 미국의 72세 남성 A씨는 여자 골프 스타 넬리 코다의 SNS 팬 페이지에 가입한 뒤, ‘넬리’라는 인물과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만에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 ‘넬리’는 가짜였다. 가족들은 사기라고 경고했지만, A씨는 ‘넬리’를 굳게 믿었다. 가족들은 ‘넬리’를 속여 정체를 밝히려 시도했고, 실제 넬리 코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모두 소용없었다.

‘넬리’는 A씨의 의심에 대해 “매니저와 가족이 나를 통제해 돈을 쓸 수 없다”거나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식의 변명으로 넘어갔다.


A씨가 진실을 알게 된 건 9개월 뒤였다. ‘넬리’가 교통사고로 뼈가 부러졌다고 했지만, 코다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그의 은퇴 자금이 사라진 뒤였다.


이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래틱이 16일 보도한 여성 골프 선수를 사칭한 ‘캣피싱’(온라인에서 가짜 신분으로 상대를 속이는 사기)의 한 예다. 매체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선수 행세를 하며 저녁 식사, VIP 입장권, 투자 기회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한다.


전인지. 사진 KLPGA.
이런 사기는 LPGA 투어에서 코다는 물론 찰리 헐, 렉시 톰슨 등 인기 스타들이 표적이 된다. 한국의 전인지 선수도 몇 년 전 피해를 입었다.

전인지 측은 “대회장에 한 남성이 찾아와 ‘왜 모른 척하느냐, 우리는 화상 통화도 여러 번 하고 네가 시켜서 돈도 많이 보냈지 않느냐’며 따져 무섭고 놀랐다. 이후 한동안 보디가드를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당시 수십만 달러를 사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지는 인스타그램 첫 화면에 ‘사칭 계정 주의’ 문구를 고정해 두고 있다.


지난 5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60대 남성이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 대회장을 찾아와 “로즈 장이 자신을 위해 VIP 패키지와 호텔을 예약해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즈 장과 1년 넘게 소셜 미디어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약 7만 달러를 보냈다고 말했다.

전인지 인스타그램 첫 페이지.

첫 화면에 온라인 사칭범에 대한 경고를 게시한 넬리 코다 인스타그램.
디애슬래틱은 또 한 아시아 남성이 특정 선수와 결혼했다고 믿고 대회장에 나타난 사례를 소개하며, 일부 여성 인플루언서들도 같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런 사기는 대부분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기범들은 대체로 미국 외 지역에 거주하며, 피해 사례가 너무 많아 손실액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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