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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수감 '팔레스타인 만델라' 찾아가 조롱한 이스라엘 장관

연합뉴스

2025.08.1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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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째 복역중…수년 만에 공개된 모욕적 모습에 팔 주민들 분노
장기 수감 '팔레스타인 만델라' 찾아가 조롱한 이스라엘 장관
23년째 복역중…수년 만에 공개된 모욕적 모습에 팔 주민들 분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장기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이스라엘의 극우 장관이 조롱하는 모습이 공개돼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CNN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팔레스타인 유력 정파인 파타당 고위 인사 마르완 바르구티를 면회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무장봉기)를 주도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23년째 복역 중인 바르구티의 모습이 수년 만에 대중에 공개된 것이었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가족들조차도 바르구티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상에서 벤 그비르 장관은 바르구티에게 "이스라엘 국민을 해치는 사람, 어린이를 죽이는 사람, 여성을 죽이는 사람은 누구든 우리가 전멸시킬 것"이라고 훈계조로 말한다.
바르구티가 뭔가 대답하려 하자 벤 그비르는 그의 말을 끊고 "아니, 당신은 이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역사를 보면"이라고 한 뒤 영상이 끊긴다.
영상에서 바르구티는 마르고 쇠약한 모습이었으며 흰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다. 그는 벤 그비르 장관이 말하는 동안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잡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팔레스타인에서는 격렬한 비난이 일었다.
바르구티의 부인인 파드와 알 바르구티는 SNS에 처음에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다면서 "마르완, 그들은 당신이 2년간 지내는 독방에서도 당신을 쫓고 있다. 점령에 대항하는 당신의 투쟁은 계속되지만, 여전히 당신의 손에는 사슬이 채워져 있다"라고 분노했다.
바르구티의 사촌도 이 영상이 "가장 끔찍한 것"을 보여줬다면서 바르구티가 감옥에서 굶주려 "너무 마르고 약해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 그비르 장관이 바르구티를 모욕하려 했지만 "자기 자신을 모욕한 것이며 이스라엘 정부를 모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르구티의 남동생 무크벨 바르구티는 벤 그비르 장관의 발언이 "점령에 저항하면 전멸할 것이라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후세인 알셰이크 부통령은 벤 그비르의 행동에 대해 "수감자에 대한 심리적, 도덕적, 신체적 테러의 극치이며 국제·인도주의적 관행과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바르구티는 이스라엘인 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2002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오랜 수감생활 때문에 '요르단강 서안의 만델라'로도 불린다.
이스라엘은 그가 제2차 인티파다 때 파타당 산하 무장 조직 알-아크샤 순교자 여단을 이끈 주역으로 보고 있다.
그간 바르구티의 모습이 대중에 공개된 적은 거의 없지만, 그는 여론 조사 등에서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꾸준히 꼽혔다.
특히 수감된 이후 그의 명망과 인기가 더 높아졌고, PA 현 수반인 마무드 아바스의 뒤를 이을 인물 중 하나로까지 거론된다.
벤 그비르 장관이 왜 이날 바르구티를 만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벤 그비르 장관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이번 영상을 다시 올리고 바르구티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그의 이름이 지워지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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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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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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