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주, 고성환 기자]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이 '최하위' 대구를 상대로도 전혀 방심하지 않았다.
전북 현대는 1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26라운드에서 대구FC와 맞붙는다.
올 시즌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양 팀이다. 전북은 25경기에서 17승 6무 2패, 승점 57을 기록하며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대전(승점 42)과 격차는 무려 15점. 이미 파이널 A 진출까지 확정한 전북이다.
반면 대구는 3승 6무 16패로 승점 15점을 획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최근 14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최하위. 11위 안양(승점 27)과 격차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기에 현 시점 가장 유력한 다이렉트 강등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즌 도중 김병수 감독을 소방수로 선임했지만, 아직 데뷔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 전북이 승리하면 전북은 22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며 K리그 역대 3위 최장 무패 타이 기록을 쓰게 된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스스로 세운 기록과 동률이다. 최다 연속 무패 기록은 2016년 '닥공' 전북이 세운 33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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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기 전 만난 포옛 감독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가장 위험한 경기가 될 수도 있다"라며 "이번 주 우리가 선두에 있는 그 이유를 확실히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라고 밝혔다.
수비진에 변화가 크다. 홍정호와 김태현, 김영빈이 빠졌고, 연제운과 최철순이 선발로 나선다. 박진섭도 중원이 아닌 중앙 수비에 배치됐다. 포옛 감독은 "내가 바꾸고 싶어서 바꾼 게 아니다. 김태현은 불편함이 있어서 아껴두려 한다. 포항전에는 아마 99% 뛸 수 있을 거다. 김영빈은 경고 누적이고, 홍정호는 복통이 있었다. 설사도 하고 해서 빠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핑계를 대긴 싫다. 좋은 변명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런 감독이 아니다. 특히 공격진의 5명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여전히 강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그냥 오늘 경기에만 집중해서 뛰어달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감보아가 처음으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포옛 감독은 "경기 컨트롤과 경험을 기대한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만큼 5번째 수비수가 돼야 하고 역습 전환 시에는 공격의 첫 번째 연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감보아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뛰게 됐는데 선수에게는 좋은 기회다. 박진섭과는 또 특성이 정말 다르다"라고 전했다.
츄마시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포옛 감독은 "훈련 때도 잘했고, 충분히 기회를 받을 만한 선수다. 최근에 많이 뛰지 못했지만, 교체 명단에도 안 들었다고 해서 훈련 때 못 보여줬다는 뜻은 아니다. 명단을 정할 때 포지션별로 두루두루 선수를 배치하려 하기 때문에 같은 포지션에 좋은 선수가 많아서 빠지곤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를 들어 오늘 츄마시가 뛰고, 이승우가 투입되지 않으면 왜 이승우가 안 들어오냐는 질문이 나올 거다. 항상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 난 언제나 이름이나 나이를 보고 뽑지 않는다. 스쿼드 밸런스를 신경 쓰며 뽑는다. 그래서 츄마시가 오랜만에 명단에 들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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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리그는 이미 우승은 전북의 차지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포옛 감독은 "그런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선수들이 이럴 때일수록 집중해야 한다. 집중을 많이 요구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집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북은 직전 라운드 안양을 상대로 고전했다. 안양의 슈팅이 3차례나 골대를 때리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짜릿한 극장승도 나오지 않을 뻔했다. 포옛 감독도 승리했지만, 경기력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다.
이날도 포옛 감독은 "지난주처럼 하면 안 된다. 팀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주에는 걷어차고 싶을 정도였다. 운이 좋아서 이겼다. 반복되면 안 된다"라며 "처음으로 화냈다. 물론 이겼기 때문에 아주 격분한 건 아니었고, 그냥 만족스럽지 않았다. 후반전 경기력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럴 때도 이긴다면 환상적"이라고 전했다.
상대팀인 대구에 대한 짧은 평가도 내렸다. 포옛 감독은 "지난주 대구 경기를 봤다. 오히려 긴장이 좀 풀어지면서 서울을 상대로 정말 잘했다. 부담감에서 조금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승점을 몇 점 따야겠다는 생각보다 자유롭게 플레이한 것 같다. 그 결과 거의 이길 뻔했다"라며 "오늘 집중해야 한다. 지난주 경기가 우리에겐 정신 차리라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K리그1 득점 1위' 전진우가 최근 6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포옛 감독은 "공격수들이 늘 그렇듯 잘될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다. 최근에는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오늘 분명히 전진우가 좋은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반대로 이승우는 안양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는 등 살아나고 있다. 포옛 감독은 "자신감의 차이 같다. 말했듯이 우리 벤치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서너 명은 정말 주전급이다. 이제 그런 선수들을 언제 내보낼지 결정하는 게 내 몫이다. 만약 오늘 수비수들이 모두 뛸 수 있었다면 다른 포지션에서 변화를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다음을 기약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