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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정상회담'에 러시아는 만족…휴전·고립·제재 다 피했다(종합)

연합뉴스

2025.08.1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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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회담 전환점 삼아 美와 대화·협력 복원 기대" "일부러 언론 질문 회피", "최상의 분위기는 아니다" 평가도
'노딜 정상회담'에 러시아는 만족…휴전·고립·제재 다 피했다(종합)
"알래스카 회담 전환점 삼아 美와 대화·협력 복원 기대"
"일부러 언론 질문 회피", "최상의 분위기는 아니다" 평가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세기의 회담'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러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다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담하고 기자회견도 했지만 핵심 의제였던 우크라이나 휴전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언급만 나왔다.
두 정상 모두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자평하고, 푸틴 대통령이 차기 회담을 모스크바에서 하자고 제안하는 등 후속 협상과 관계 개선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6일 텔레그램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최고위급 회담을 위한 메커니즘이 완전히 복원됐다. 차분하게, 최후통첩이나 위협 없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이 전제조건 없이, '특별군사작전'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멈추거나 휴전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서도 미국과 대화를 이어갈 기회를 잡은 것을 성과로 본 것이다.
서방에선 즉각 휴전은 이뤄지지 않은 채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적 고립 탈피의 기회만 제공한 꼴이라며 이번 회담을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러시아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리무진에 푸틴 대통령을 태우는 등 파격적인 예우를 한 것에도 주목했다.
러시아 싱크탱크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의 전문가 알렉세이 나우모프는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국제적 고립이 완전히 극복됐고 (미국의 대러) 제재도 도입되지 않았으며 트럼프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지 않았고 전장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우모프는 전통적 외교 관점에서 봤을 때 회담의 주요 진전은 비밀로 감춰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두 대통령이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은 휴전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고려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을 발판으로 미국과 관계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도 높아졌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장은 텔레그램에 "알래스카 회담은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양국 대화의 완전한 복원을 위한 여러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의 러시아 대표단에 속했던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는 텔레그램에서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많은 저항이 있겠지만 우리는 계속 미·러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탈리아 츠베트코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미국캐나다연구소 임시소장은 러시아 매체 RBC에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제재와 해제 문제를 다뤘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모스크바에 온다면 경제 협력의 성과는 이미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두 정상이 다음 회담에서는 북극 문제와 군축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두 정상이 언론 질문에 답하지 않는 등 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을 피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은 러시아 매체 가제타.루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회담의 모든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더라면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서방 언론에 협상 과정의 주도권과 러·미 화해 기회를 빼앗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대통령은 어느 정도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협상 과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5대5 형식의 확대회담과 오찬, 언론 질의응답이 취소되는 등 당초 예고보다 행사가 축소된 것은 알래스카 회담 분위기가 '최고'는 아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신중한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 발다이국제토론클럽 전문가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RBC에 "정상회담이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이 강경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진전 상황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러시아 교역국에 대한 관세 제재, 러시아 에너지 부문 제재 등 압박 수단을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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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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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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