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트럼프 따라 우크라 즉각휴전→안보보장 선회(종합)
"나토 집단방위 비슷한 우크라 안보체계 논의"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을 즉각 멈춘 뒤 종전을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사실상 접고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방안을 구체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핀란드·폴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준비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철통같은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진 합의한 게 아니다"라며 "다음 단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추가 회담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군대나 제3국의 협력에 어떤 제한도 있어서는 안 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살상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미·러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유럽 정상들이 화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요구사항과 거의 같다. 일단 휴전하고 나머지 문제를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날 성명에서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휴전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후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한 휴전협정이 아니라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ZDF방송 인터뷰에서 "(평화협정 체결에) 성공한다면 정치적, 외교적 추가 노력 없이 몇 주간 지속될 휴전보다 더 가치 있다"며 거들었다.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미·러 정상의 의견에 주목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날 오전 회담 결과를 전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체계를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조항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러시아가 다시 침공하면 서방 국가들이 공동 대응해 지원하기로 미리 약속한다는 얘기다.
AFP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방안을 미국 측이 제시했고 푸틴 대통령이 동의한 걸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푸틴이 나토와 우크라이나의 실효 주권 보장을 단호히 반대한다면 이게 어떻게 작동할지, 푸틴이 왜 여기에 동의하려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자국과 분쟁의 근본 원인으로 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일명 '의지의 연합'에 참여하는 나라 정상들이 오는 17일 화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의지의 연합은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는 20여개국 협의체다.
서방 언론들은 '휴전 노딜'로 끝난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 복귀하는 판만 깔아줬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친러시아 성향 지도자들은 정반대 평가를 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우리는 몇 년간 두 핵강국이 협력의 틀을 해체하고 적대적 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지켜봤다. 이제 그런 상황은 끝났다. 세계는 어제보다 더 안전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믿기 어려운 재정적, 정치적, 군사적 지원으로 러시아를 약화하려는 지금까지 유럽의 전략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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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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