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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동기와 10년 연애 결혼…재벌가 드라마 같은 사랑꾼

중앙일보

2025.08.16 14:00 2025.08.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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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ongAng Plus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960년대 초 강릉 경포대에서 친구들과 ‘수영 내기’에서 이겨 마음에 둔 여학생에게 대시했다는 얘기 기억 나시지요? 그는 고(故) 이정화 여사와 이렇게 평생의 반려자가 됐지요. 이번 재벌가 결혼 이야기에서는 집안의 지침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찐사랑을 얻은 사람들을 모아봤습니다.

2025 新 재벌 혼맥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96

대학 시절 첫 만남이 평생의 동반자로 이어진 50대 중반의 동갑내기 부부가 있다. 결혼 30년째이자 첫 손자가 태어난 해 남편은 신부전증 말기 판정을 받으며 몸 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신장 이식이 시급한 상황-. 아들의 신장 이식 적합도가 가장 높고, 아내가 두 번째였다.

남편은 수술 자체를 망설였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각종 수치는 점점 더 나빠졌다. 조용히 내조에 힘쓰던 아내였지만 이때만큼은 먼저 나섰다. 신장 이식을 설득했고,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수술대 위에 올랐다.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끝난 뒤 남편은 “미안하다”, “고맙다”는 짧지만 진심을 담은 말로 마음을 표현했다.

5시간 수술 후 “미안하다” “고맙다”

재계 순위 13위인 CJ그룹의 이재현 회장과 그의 부인 김희재씨가 12년 전 겪은 일이다. 수술 한 달 뒤 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두 남자인 남편과 아들을 위한 일이었기에 전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남편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신장 이식) 공여자를 숨길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에는 아이들 아빠가 빨리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부인 김희재씨의 신혼 시절 사진. 김씨는 10여 년 전 신부전증으로 건강이 나빠진 이재현 회장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사진 CJ그룹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사랑 이야기다. 재벌가의 ‘찐사랑’을 보여주는 두 사람은 대학 때 친구들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대입 재수를 한 이 회장이 고려대 법학과 1학년, 김씨가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 2학년 때다. 김씨는 나중에 “(이 회장의) 점잖은 옷차림 때문인지 첫 인상이 아저씨 같았다”고 회고했다. 2년 뒤 이 회장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향한 호감을 느꼈다고.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건 대학 졸업 후 각각 씨티은행, 디자인 회사에 다니면서 다시 만났을 때다. 1년간 불같은 연애를 했다.
데이트가 끝나면 항상 이 회장은 자신의 포니2 승용차에 김씨를 태워 경기도 과천 집까지 바래다줬다. 이 회장은 유학을 고민 중이던 김씨를 붙잡았다. 그렇게 둘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대한민국 김치 박사 1호’로 유명한 고(故) 김만조 박사다. 1950년대 김치 연구를 시작해 베트남 전쟁 당시 김치 통조림 개발, CJ의 첫 김치 브랜드 ‘햇김치’ 론칭에 참여한 인물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김치 연구 프런티어다.

고 손복남 CJ 고문(앉은 사람 중 왼쪽에서 세 번째)이 1995년 드림웍스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스필버그(맨 왼쪽)와 제프리 카젠버그(왼쪽에서 두 번째)를 집으로 초청해 환담하고 있다. (앉은 사람 중 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부인 고 박두을 여사, 이재현 CJ 회장. 이미경 CJ 부회장. 사진 CJ그룹

CJ 김치 사업 주춧돌 된 장모님

김씨는 결혼 후 자청해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시조부모인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고 박두을 여사 부부와 시어머니 고 손복남 전 CJ제일제당 경영고문(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을 모시고 살았다. 이 회장은 출근 때마다 꼬박꼬박 집안 어른들에게 문안 인사를 했다고.

이 회장의 사랑꾼 면모는 딸, 아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두 남매는 아버지처럼 연애 결혼을 했다.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미국 컬럼비아대(불문학 학사, 조직심리학 석사) 유학 시절 같은 대학에서 기술경영학·경영과학을 전공한 남편 정종환 CJ ENM 경영리더를 만나 2008년 결혼했다. 이 경영리더가 스물세 살 때였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았다”고 부모에게 알렸고, 미국으로 날아간 이 회장은 정 경영리더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교제를 허락했다고 한다. 이경후씨 부부는 1남 1녀를 두고 있다.

범(凡)삼성가에선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남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과 장녀 조옥형씨,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장녀 정유경 신세계 회장 등이 연애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는 외국 유학 중일 때, 또는 컨설팅 회사 같은 ‘첫 직장’에서 만난 사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 찾았다” 곧바로 OK

재계에서는 최근 3~4세대로 이어지면서 같은 재계 인사 간, 또는 일반인 가정 출신과 연애 결혼이 부쩍 늘었다고 분석한다. 더중앙플러스가 2010·20년대 결혼을 분석했더니 재계-재계 간(45.2%), 재계-일반 가정 간(26.2%) 결합이 가장 많았다.

재벌가는 왠지 ‘정략결혼’을 할 것만 같나요? 배경이 전부일 거라 여겼던 그들의 세계에도,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이 있었던 거죠.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재벌 3·4세의 진짜 연애 결혼 이야기,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사동기와 10년 연애 결혼…재벌가 드라마 같은 사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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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최은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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