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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열흘도 안 남은 李대통령-트럼프 백악관 대좌

연합뉴스

2025.08.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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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열흘도 안 남은 李대통령-트럼프 백악관 대좌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이후 외국 정상과 만났을 때 거의 빼놓지 않는 것은 정상회담 앞부분을 언론에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다.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이나 외국 출장지를 가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와 카메라를 앞에 두고서 모두발언을 한 뒤 언론의 질의를 받는다.
이 장면이 라이브로 송출되는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땡큐 베리 머치"(Thank you very much)라고 말하며 취재진 퇴장을 요구하기 전까지 이어진다.
이를 경험한 많은 외국 정상은 이 상황이 매우 곤혹스럽다고 토로해왔다.
리얼리티 TV쇼를 오래 진행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즉석 회견 및 언론과의 대화에 익숙하고 심지어 즐기고 있지만, 격식과 의전을 중요시하는 회담을 주로 경험해온 외국 정상들은 낯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상대로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아무 카드도 없다" 등으로 윽박지르며 몰아붙인 끝에 그를 내쫓다시피 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지난달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도 '백인 집단학살'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동영상을 일방적으로 상영해 진땀을 흘리게 했다.
'악명 높은' 풍경을 재차 소개하는 건 오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이 딱 한 번 생중계 모두발언 및 언론 질의응답이 없는 예외였지만, 이 대통령이 이를 피해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미국 외교가의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상대로 공개 망신을 줄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양국이 관세·무역 합의를 이룬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한국의 구체적인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자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역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국방비 증액 요구, 주한미군 유연화, 한미동맹 현대화 문제 등이 공개적으로 다뤄질 수 있어 이 대통령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층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중국에 편향돼 있다고 의심하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미 언론의 돌발질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향후 몇 년간의 한미관계 미래를 결정할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그의 파격적, 즉흥적 스타일과 언사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모두 분석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질문을 염두에 두고 예행연습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걱정과 우려 속에 이번 회담을 전망하면 이 대통령으로선 매우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트럼프와의 첫 만남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 간 신뢰와 친분이 쌓인다면, 한미관계의 발전과 더불어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엔 공통점이 꽤 있다. 기존 정치인들과 차별화된 아웃사이더로 자신을 규정하고 직설적 화법을 구사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사법리스크를 뚫고 집권한 것이나 두 정상 모두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는 점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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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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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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