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레오 14세 교황, 즉위 100일…파격보다는 경청의 시간

연합뉴스

2025.08.16 19: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AP "논쟁 피하는 스타일로 전임 프란치스코와 차별화" 즉흥·돌출 발언 자제…"교황청에 평온·절제 분위기 복귀" 평가도
레오 14세 교황, 즉위 100일…파격보다는 경청의 시간
AP "논쟁 피하는 스타일로 전임 프란치스코와 차별화"
즉흥·돌출 발언 자제…"교황청에 평온·절제 분위기 복귀"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 5월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16일(현지시간)로 즉위 100일을 맞았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직후 파격적인 결정을 쏟아냈던 것과 달리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의 후임을 포함한 주요 인사를 9월 이후로 미루는 등 조용하고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최고의 권한을 즉각 행사하기보다는 추기경단 회의와 각 부서 책임자와의 면담에 집중하며 내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직 공식 해외 방문도 하지 않았다.
교황은 지난주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80주년에는 국제사회에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할 것을 당부했다.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핵무기 보유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선언해 논란을 빚었던 것과 달리 레오 14세 교황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제된 메시지를 전파한다.
AP 통신은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100일간 논란을 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의 때로는 격동적이었던 12년 이후, 교황직에 일종의 평온함과 절제된 분위기가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누구를 정죄하리오"라고 말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2013년 7월 첫 해외 사목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언이었다. 포용성과 자비의 메시지로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보수 진영의 반발도 불렀다.
이에 반해 레오 14세 교황은 지금까지 즉흥적이거나 돌출적인 발언 없이 준비된 원고에 기반한 공식 메시지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모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의 케빈 휴즈 신학·종교 연구 학과장은 "그는 매우 직설적이고 솔직하지만 즉흥적인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다른 레오 14세 교황의 스타일이 많은 이들에게 안도감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정말 사랑했던 사람들조차도 항상 조금은 긴장했다.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무슨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루 출신의 가톨릭 신자인 마리아 이사벨 이바르세나 쿠아리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포용적 제스처와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 승인으로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반해 레오 14세 교황은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에 기초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호했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단호했다"고 평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환경 보호, 교황청 재정 개혁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유산과 과제를 계승하면서 대중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으로 페루에서 오랜 기간 사목했던 레오 14세 교황이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순례자들과 직접 교감하는 모습은 항상 사람들 곁에 있고자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오 교황의 첫 100일은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는지보다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교회를 이끌어갈지를 보여줬다.
논쟁을 피하고, 경청하며, 신중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했던 교황직 이후, 교회가 잠시 숨을 고르고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평가했다.
최근 갤럽이 미국인을 상대로 한 세계 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57%로 다른 어떤 세계 지도자보다 높은 호감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은 레오 14세 교황의 지지율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재임 초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종교 매체 릴리전언플러그드는 이러한 수치는 극적인 행동이나 정책 없이도 레오 14세 교황이 이미 신뢰와 호감을 얻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창용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