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의미 있는 기록을 줄줄이 작성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최다 세이브(427개), 포스트시즌 최다 세이브(13개), 한국시리즈 최다 세이브(11개), 역대 최고령 세이브(42세42일·2024년 8월11일) 등 값진 기록을 썼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두루 거치며 작성한 549세이브(한국 427개, 일본 80개, 미국 42개)는 아시아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5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설명을 요청했다. 질문 하나하나를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한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진심에 가깝지 않겠느냐”면서다.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며 질문에 답한 그는 “짦게나마 내 야구인생을 한꺼번에 되짚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①삼성 라이온즈
“야구선수 오승환을 있게 만든 팀이죠.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세이브를 가장 많이 할 수 있게 도와준 팀이니까요. 2005년에 프로에 데뷔한 이후로 제 인생에서 삼성이라는 팀을 떼어놓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해외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②9회말 2사 만루
“단어만 들어도 힘드네요. 그간 겪은 비슷한 상황들이 저절로 떠오르고요.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힘들어요.”
③영구결번(등번호 21번)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삼성 라이온즈를 빛낸 전설적인 선배들이 누린 영예를 투수 최초로, 그것도 선발투수가 아닌 마무리투수가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습니다.”
④549(통산 세이브)
“현재진행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누가 뭐래도 저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렇게 믿으면서 오늘을, 또 내일을 준비할 겁니다.”
⑤야구
“이제까지의 저에겐 그냥 모든 것이었습니다. 살아온 인생의 모든 하루하루를 공을 던지는 것 하나만 보고 살아왔으니까요. 아침에 눈을 뜨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경기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모든 과정이 ‘내 모든 걸 걸고 주어진 1이닝을 책임진다’는 것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저에게 야구가 어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변함없이 저를 집중하게 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