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은 지난 15일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 부네르 지구에서 갑자기 내린 폭우로 홍수가 나 최소 334명이 사망하고 최소 13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홍수와 가옥 붕괴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구조 당국은 약 2000명을 투입해 시신을 수습하고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도로 유실 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카이버파크툰크와주 구조기관 대변인 빌랄 아흐메드 파이지는 "폭우와 산사태, 도로 유실로 인해 특히 중장비와 구급차 수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길이 끊겨 구조대원들이 외딴 지역의 재난 현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너진 집 잔해 아래에서 시신이 계속 수습되고 있어 사망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판 총리는 긴급회의를 열어 관광객과 이재민 대피를 명령했으며, 카이버파크툰크와 주 정부는 피해가 심각한 부네르 등 5개 지역을 재난 피해지역으로 지정했다.
몬순 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에선 지난 6월말부터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은 지난 6월26일부터 최근까지 폭우로 541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지난 14일에는 파키스탄 인근 인도령 카슈미르 키슈와르 지역 산간 마을에서도 비슷한 폭우로 홍수가 나 60명이 숨지고 80명이 실종됐다.
AP통신은 이번 폭우에 대해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시작된 이른바 ‘구름 폭우'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으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구름 폭우'는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매우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도 히말라야 지역과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서 '구름 폭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기상청은 앞으로도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카이버파크툰크와주 등 북서부 지역에 폭우 경보를 발령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매년 6∼9월 몬순 우기가 이어지는데, 기후 변화로 인해 기습 폭우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은 지난 6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파키스탄 강수량이 예년보다 10∼15%가량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