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헤즈볼라 잡자면서…美 유엔군 철수 추진에 유럽과 갈등
美 '자금 낭비'vs 유럽 '안보공백 우려'…이달말 안보리서 표 대결할 듯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철수를 추진하면서 유럽과 또 갈등이 불거지게 됐다고 A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주 초 UNIFIL 활동을 향후 6개월간 축소해 이를 종료하는 계획에 서명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올해 초부터 UNIFIL 활동을 가능한 한 빨리 종료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세력을 약화하고 레바논 정부군의 안보 통제권을 회복시키는 데 UNIFIL 활동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자금 낭비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이스라엘 일간 이스라엘하욤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UNIFIL 작전을 중단시키기로 했으며 이스라엘 정부도 이에 공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이스라엘과 달리 유럽 주요국들은 레바논 정부군이 남부 국경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UNIFIL 활동을 섣부르게 중단하면 안보 공백이 생겨 헤즈볼라가 이 지역을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UNIFIL은 1978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지역 철수를 감독하기 위해 창설됐으며 이후 수십년간 이 지역의 안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UNIFIL 규모는 약 1만명이다.
실제로 말리에서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이 중단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이 지역에 개입했다는 게 프랑스 등의 주장이다.
레바논 정부도 아직 통제 여력이 없다며 UNIFIL 주둔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그간 루비오 장관 취임 전부터 그를 포함한 여러 주요 미국 외교 인사들에게 UNIFIL 임무를 1년 연장하고 이후 6개월간 활동을 축소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무리할 수 있게 지지해달라고 로비하기도 했다.
유럽국가들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UNIFIL 철수 계획을 결정함에 따라 이달 말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UNIFIL 활동 종료 여부를 두고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AP통신이 입수한 프랑스 측의 UNIFIL 결의안 초안에는 UNIFIL 활동 1년 연장과 안보리의 '철수 작업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고 있으나 정확한 철수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다.
AP통신은 "UNIFIL의 미래가 미국과 유럽 동맹국과의 분열시켰다"며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파트너국과의 관계를 나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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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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